[박광기의 행복찾기] 대립과 갈등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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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대립과 갈등의 이유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9-05-1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대립갈등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그것을 근거로 내 주장을 강하게 비판할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내 생각에 동의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내가 가진 생각과 판단이 아무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은 다른 기준과 가치로 어떤 사안이나 쟁점을 다르게 본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막상 어떤 중요한 사안이나 쟁점을 두고 어떤 판단이나 결정을 해야 할 때, 다른 사람이 내 주장이나 판단을 강하게 비판하게 된다면 사실 당황하게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이 생기게 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가치를 가지고 같은 판단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혹시라도 같은 생각을 하더라도 또 같은 판단을 하더라도 그것은 나와 같은 가치와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보이고 나타나는 현상만이 같은 것이지 근본적인 이유와 원인은 다르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삶의 방식과 가치의 형성, 도덕과 윤리 등을 판단하는 기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방식이 일견 어떤 정형화된 형식이나 형태를 띄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너무나도 다른 삶의 방식과 기준과 가치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전제나 생각에도 불구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하거나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에 직면하게 되거나, 특히 내 생각과 주장에 대해 강한 반발이나 비판을 하는 상황을 맞게 되면 사고와 판단의 다양성을 익히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황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심화되면 당황의 차원을 넘어서 분노도 하게 되고 격양되어 이성적인 판단과 사고를 잃게 되고 감정적인 대응을 하게 되는 경우도 나타나게 됩니다. 내 생각이나 주장에 대한 비판과 반발이 논리적인 설득력이 있을 경우에는 그래도 일견 그 비판의 내용을 수용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비판이나 반대라고 할지라도 그 상황이나 반대 주장에 감정적인 내용이 포함될 경우에는 사실 그 반대의 주장이나 생각을 수용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아마도 나와 다른 생각이나 주장을 하는 분과는 어떤 경우가 나타나더라도 합의나 수용은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흔히 내 생각이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내 주장이나 판단이 '사실'에 입각하여 공정하고 이성적인 근거에 의한 주장인데 반해, 내 생각이나 주장을 반대하는 것이 '사실'을 오해거나 왜곡한 것이거나 또는 주관적이고 개인적이거나 자신이나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경우 등이라면 그 반대 주장이나 비판을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대부분 격론이 일어나거나 일체의 양보를 가대하기 어렵고, 그 결과 합의나 수용이 불가능하고 감정적인 대응과 대치로 격양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실'에 대한 오해나 왜곡에 의해 반대나 갈등이 생기는 경우는 쉽게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정확한 '사실'에 대한 인식과 객관적인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거나, 그 '사실'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실'에 대한 오해나 갈등이 아니라, 어떤 사안이나 상황에 대한 '가치판단'을 근거로 하는 판단이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라면, 주장과 반대의 합의점을 찾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각자가 주장하는 '가치판단'의 근거에는 개인적인 논리적 판단의 근거가 있을 수도 있고 개인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가치판단'의 문제로 인한 갈등이나 대립은 해결의 가능성이 매우 제한적으로 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나 문제는 대립과 갈등이 지속될수록 자신은 물론이고 상대방까지도 어떤 결정이나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어 서로에게 모두 불이익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록 이와 같은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결정을 수용하여 나름의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시급성을 다투고 그 결정에 따라서 자신과 집단의 존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어떤 방식이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립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그리고 서로의 대립과 반목으로 인하여 해결 절차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조차도 불가능한 상황이 초래되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을 위한 조정이나 합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정이나 합의를 포기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모두에게 그리고 집단의 존립에 위협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대립이나 갈등에 대한 이해관계의 조정이나 합의를 도출하기 전에, 상황의 심각성과 결정의 필요성에 대한 서로간의 심각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심각한 상황에 대한 인식의 공유를 근거로 대립과 갈등의 문제를 다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태도의 수정과 조정이 요구됩니다. 이것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이해관계나 감정적인 주장이나 비판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무엇이 전체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어떤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가치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에 애초부터 공동의 합리적인 선택에 의한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면 아마도 대립이나 갈등의 골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불가능하거나 쉽지 않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따라서 아마도 어떤 결정이나 판단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적인 자기주장이나 이해관계를 버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기주장이 강할수록 그 주장에 감정이 실리게 되고, 그 감정적인 비판은 결국에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주장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의미에서 혹시 그 동안 내가 옳다고 믿어왔던 것들이 남에게 받아들여 질 수 있는 것들이었나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이 갈등이나 반대를 야기한 것이었나를 생각하게 합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대립과 갈등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이와 관련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광기교수-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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