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멤버로 시작된 첫 인연, 운명은 16년 만에 그를 제6대 관장으로 안내했다.
기쁨과 부담을 안고 올라야 하는 무대, 현장과 기획 전문가인 그가 보여줄 대전예술의 전당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김상균 대전예술의 전당 제6대 관장은 지난 4월 1일 취임했다. 한 달하고도 14일 동안 김 관장은 나름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비로소 대전예술의전당을 위한 고민의 시간을 갖고 있다. <편집자 주>
▲합격 발표가 났을 때 기쁜 마음은 아주 잠깐이었다. 많은 축하와 격려를 받았는데 오히려 부담감에 어깨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축하해주신 분들께 임기가 끝나고 떠날 때 축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건넸던 기억이 있다. 무대에 올랐던 연주자로 공연을 기획했던 선배로서 본보기를 보여주면 임기 동안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임기 후 눈코 뜰 새 없이 정말 바빴다. 4월 말에야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는데 이 자리가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미 알고 지낸 사람들, 익숙한 현장이라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 느낌을 경각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저는 임기를 마치더라도 지역에서 활동해야 하는 사람이다. 개인의 명예와 지역의 명예를 끝까지 지켜내는 관장이 되고 싶다.
-음악전용홀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놀랍게도 이미 많은 분들이 음악전용홀에 대해 공감해 주고 있다. 이 점은 전임관장님의 노력 덕분이다.
음악전용홀 건립은 클래식 장르만을 위한 홀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한 단계 더 깊이 생각하면 모든 장르의 공연에 좋은 일이다. 음악전용홀은 확성(전자음향장비)을 하지 않고 공연장 자연울림만으로 음향을 전달하는 클래식 연주(오케스트라, 실내악단 등)에 최적화된 공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음악전용홀이 건립되면 연주자는 좋은 공연장 환경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되고, 감상자 또한 다목적홀에서 느끼지 못한 고품질 자연음향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 또 대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클래식 공연을 음악전용홀에 수용함으로써 현재 포화상태인 아트홀과 앙상블홀을 타 장르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지적됐던 아트홀에서의 대형뮤지컬 등의 장기공연도 가능할 것이고, 앙상블홀에서의 연극이나 소규모의 발레 등도 더욱 전문적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다. 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뉴욕 카네기홀, 밀라노 오페라 극장 등 잘 지은 공연장 하나가 그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된 것처럼, 대전의 음악전용홀 건립은 대전의 미래를 밝게 하는 좋은 시도가 될 것이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는 대전예당과 음악전용홀은 순수예술 클러스트로 조성하고, 원도심에는 상업공연이 가능한 뮤지컬 공연장을 만들면 역세권과 연계해서 타 지역의 관객을 유치하면 좋을 것 같다.
사진=이성희 기자 |
▲지역예술가의 활용은 과거에 비해 나쁘지 않다. 과거에는 중앙과 지방의 격차해소가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작품성도 예술들의 실력도 상향됐다.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공연장으로써 지역예술인들을 존중하고, 그들과 상생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고 그러기 위해 더욱 고민하고 있다. 다만 경계할 것은 지역예술인을 우선으로 하는 공연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전예당은 지원기관이 아니다. 애호가를 포함한 시민(관객)의 눈높이를 우선으로 삼고 그 매개자에 지역예술가의 참여 비율을 높인다는 것이 목표다. 그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진솔하게 접근할 것이다. 지역예술인들의 출연료 등 처우 개선에도 힘쓸 것이고, 이전에도 그래왔던 것처럼 예술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소통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대전예당 내부 갈등과 소통,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평가는 냉정해야 하고 결과는 모두가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9월쯤 내부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임기직의 성향이나 개인의 능력은 이미 파악됐다. 직원들이 전공과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생각해서 인사를 할 생각이다. 최근 잦은 조직개편으로 업무의 지속성과 전문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혁신 차원의 빠른 조직개편과 인사는 지향하려 한다. 대전예당의 외부만족도가 높아지려면 우선 내부적인 소통이 원활해야 하고, 직원들끼리의 신뢰도가 우선돼야 한다. 내부만족도 제고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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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대전은 설레는 숙어다. 30년 넘게 현장에서 일하면서 놀랄 정도로 많이 발전한 것을 느낀다. 대전공연예술계는 2003년을 기준으로 본다. 대전예당 개관은 공연장 활성화뿐 아니라, 미술이나 다른 분야에도 충분한 시너지를 줬다. 예술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나비효과가 된 셈이다. 2003년 10월 개관 후 무대 시스템 재정비를 위해 문을 닫고 2004년 재개관을 했는데 그해 12월까지 대전예당을 찾은 관객이 23만 명 정도였다. 2018년 관객은 약 20만 명 정도다. 초창기보다 큰 폭으로 늘지는 않았지만, 문화도시 대전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진척은 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과도기다. 관객들, 학생을 중심으로 올바른 공연문화 에티켓을 가르치는 교육도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임기 내 꼭 하고 싶은 공연은.
▲대전 소재 또는 연관된 주제를 토대로 대전의 브랜드 작품을 창작하고 싶다. 때마침 3년간 대전방문의 해가 열리고 대전의 홍보를 위해서도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너무 대전의 인물에 매몰되지 않고 대전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통해 재밌는 대본을 만들고 싶다. 서두르지 않고 대본과 음악 작업에 시간을 투자하겠다. 오페라와 뮤지컬, 장르는 아직 미정이다.
-지역 출신이라는 강점, 대전예당과 시너지를 효과를 내야 한다.
▲지역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애정의 차이가 나의 강점이 아닐까 싶다. 대전예술의전당의 브랜드만으로 가슴 벅차고 직원이라는 단어에 울컥함을 자주 느낀다. 운영에 있어 제기됐던 문제점들은 시간이 흐름 속에서 해결되리라 믿는다. 다만 직원들이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봉사하는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 예술은 공공재다. 공연기획, 홍보 마케팅, 예술교육, 극장경영, 예술행정도 예술이라는 인식을 갖고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 후배이자 직원들에게 그런 마인드를 심어준다면 임기 내 최고의 성과가 되리라 본다.
대담=고미선 교육문화부장·정리=이해미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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