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e 제공 |
호모 아스트로룸- 인류가 여행한 1천억분의 8
오노 마사히로 지음│이인호 옮김│arte
'인류가 여행한 1천억분의 8'이라는 부제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분수는 은하계에 존재하는 행성의 수와 인류가 탐사한 행성의 수다. 인류는 보이저와 카시니 궤도선, 하위헌스 착륙선 덕분에 목성의 위성인 이오에 있는 활화산 9개를,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과 엔켈라두스에 있는 바다와 호수, 간헐천의 존재를, 다시 말해 지구 바깥에 '살아 있는 세계'를 알게 됐다. 하지만 은하계에 존재하는 행성은 약 1000억 개다. 그중 우리가 '아는' 행성은 고작 8개다. 우리는 정말로 아직 우주를 모른다.
'우주탐사 기술이 우리의 우주관을 몇 번이고 다시 뒤바꿀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NASA 중핵연구기관인 JPL(Jet Propulsion Laboratory, 제트추진연구소)에서 화성 탐사 로봇 개발을 리드하고 있는 엔지니어다. NASA에서 일한다고 하면 보통 직장인들과는 다른, 뭔가 멋지고 그럴싸한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엔지니어인 저자는 책상에 앉아 종일 컴퓨터를 붙들고 버그를 잡는 데 여념이 없고, 상사에게 닦달을 당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어쩐지 과학과 상관없는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그럴 때 저자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하는 상상만은 남다르다. 자신이 개발한 우주탐사차가 화성의 붉은 땅 위를 달리는 모습, 그 우주탐사차가 지구 밖에서 생명을 찾아내는 순간의 환희, 결국 외계 문명과 교류해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지혜를 얻고 인류 탄생의 수수께끼를 풀어낼 미래까지 뻗어 나간다.
저자 오노 마사히로와 우주탐사의 역사를 만들어 온 여러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공유하는 순간이 바로 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우주에 대한 열망과 희망을 키워 내는 상상의 시간이다. 대포를 쏘아 달에 간다는 쥘 베른의 상상이 '로켓의 아버지' 폰 브라운의 가슴에 불을 지핀 것도 바로 그런 시간이었다. 개리 플렌드로가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12년 만에 '통과'하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떠올린 순간도 바로 그런 시간이었다. 우주탐사 역사의 첫 장부터 아직 빈 종이로 남아 있는 미래의 우주탐사까지, 극적으로 그려 낸 그 서사는 독자들을 그 상상의 시간 속으로 함께 빠져들게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