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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는 것'과 '살아가는 것'이 언뜻 보면 같은 것 같지만, 사실 '사는 것'과 '살아가는 것'은 적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냥 문법적으로 '사는 것'은 능동적인 것을 의미하고, '살아가는 것'은 수동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능동적으로 사는 것과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삶은 우리가 삶을 사는 과정과 결과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는 것'은 바로 살기 위해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과 그 과정에서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삶의 형태가 어찌 보면 미래를 위한 노력과 삶의 목표를 위해 사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살아가는 것'은 삶을 사는 방식과 과정에서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수동적이고 마지못해 사는 것을 뜻할 수도 있고, 더 심하게 말하면 '죽지 못해 사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원해서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 주어진 삶은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우리의 의지로 태어나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스스로에 의해 주어진 삶이 아니라고 해서 우리의 삶을 누구에게 맡기거나 수동적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태어난 이후의 삶, 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스스로가 감정을 느끼고 스스로의 판단과 사고를 할 수 있는 이후의 삶은 온전히 우리 스스로의 판단과 노력으로 '자신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자기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사는 가는 전적으로 자기 스스로의 책임이 된다는 당연한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산다는 것'은 이렇게 주어진 삶을 스스로의 의지와 판단으로 사고하고 삶을 사는 방식과 과정에서 나타나는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는 것 또한 온전히 삶을 사는 우리 스스로의 몫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긍정적이고 능동적으로 우리의 삶을 살아야함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학교를 다니고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에서 삶을 살아가며 나이를 먹으면서 늙어가는 인생 전체가 우리의 의지에 의해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미래의 목표를 위해 사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미래에 대한 목표가 무엇이던 간에 결과적으로 우리는 스스로의 행복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왜 사는 가?'에 대한 답을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틀린 답이라고 지적하는 분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삶의 목표' 또는 '사는 이유'가 '행복'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서 '삶의 목표'가 행복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의 축척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의 명예 또는 명성을 얻는 것일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일에 대한 성과를 통해 얻는 성취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왜 하고 그 결과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종국적으로 '행복'이라는 것으로 귀결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사는 이유와 삶의 목표를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 또는 '행복하기 위한 조건이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또 다른 물음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습니다. 이 물음은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과 행복을 위해 해야만 하는 것들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냥 단순히 생각을 한다고 해도, 행복을 위해서는 적당한 경제적인 부도 있어야 할 것이고, 직업을 얻고 생활하기 위한 학식과 지식 또는 일정 수준의 전문적인 능력도 있어야 하고, 또 어느 정도의 명예도 있어야 할 것이고, 이들 이외에도 필요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행복을 위해 필요하고 갖추어야 할 것들을 어느 정도 가져야 행복할 수 있는 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통과 갈등, 어려움 등을 생각하면, 막연히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조건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소한의 인권과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생계를 위한 경제적인 부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복지도 있어야 하고, 외부적인 위협이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사회적인 안전망이나 안보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서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또한 사회나 국가가 이를 위해 우리에게 최소한의 권리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는 삶을 위해 우리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고 그와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살펴보면, 우리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확보할 수 있는 것들이 우리 사회나 국가에 의해서 보장되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권리를 방해하고 저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권리나 기본권을 위해 한다고 하는 것이 자신들의 주관적이거나 편파적인 판단에 의해 오히려 사회적인 갈등과 투쟁의 형태로 나타나는 이기적인 현상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정치적인 측면이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각 단위에서 쉽게 발견됩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국제정치적인 상황도 그렇고, 국내정치적인 갈등 상황도 그렇고, 우리의 직장이나 사회에서 흔히 나타나고 있는 노사의 갈등, 부정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부조리 현상 등등이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다들 자신들보다는 우리를 위하는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다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왜 사는가?'에 대한 이유를 찾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살면서 적어도 이 질문에 대해 스스로의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한번쯤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가 행복하기 위한 조건을 찾는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주말 '우리가 사는 이유'에 대해 한번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기원합니다.
박광기 대전대학교 대학원장,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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