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일반인이 다루는 병장기 중, 가장 널리 보급된 무예가 궁술이었다고 한다. 맨손이나 여타 병장기는 인접한 상태에서 서로 겨룬다. 활은 표적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노린다. 암기나 표창 등 날려 보내는 무기도 다양하나 가장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무기이기도 했다. 사냥에도 가장 많이 이용되었다. 무용총(舞踊塚, 중국 길림성 집안현 여산 남록, 고구려 시대 고분) 서벽에 그려진 수렵도(狩獵圖)를 보라. 기마무사(騎馬武士) 여러 명이 활시위를 당긴 채 사냥감을 쫓고 있다. 호랑이와 사슴, 달아나는 짐승의 모습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중국 사람이 우리를 부를 때 동이족(東夷族)이라 했다. 비하의 뜻이 담겨있다 하기도 한다. 이(夷)는 큰 화살을 뜻하므로 큰 활을 잘 쏘고 잘 다루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여러 개의 화살을 연달아 쏘거나 돌을 달아 날려 보낼 수 있는 것은 노(弩)라고 한다. 중국 전국시대부터 성행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낙랑유적에서 출토된다. 신라에서는 1000보를 날 수 있는 노를 만들어 사용했다. 궁시 제작이나 사용에 우수한 기량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당나라에서 가르쳐 주기를 간청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주위의 부러움을 샀음도 알 수 있다.
무과(武科)의 중요 과목이기도 하고, 궁술대회를 개최, 능력 있는 궁사를 발굴하여 중용하였다. 심신단련과 친목 도모를 위해 활쏘기를 하기도 하였다. 이러저러한 연유로 굳이 시키지 않아도 누구나 활쏘기 연습을 했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무술도 최고경지에 이르면 무예라 한다. 궁술도 궁도에 이르는 과정과 방법으로 생각했다. 무념무상 심기를 집중하여 연속 동작으로 발사한다. 궁사는 수덕(修德)에 철저하여 대도(大道)에 이르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정신상태를 강조한다. 동양에서만 그러는 것은 아니다. 현대 양궁에서도 마음 훈련을 강조한다.
활의 종류가 많으나 각궁만이 전한다고 한다. 전문적인 궁시의 제작은 꽤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전승공예로 보전하고 있으나 만들어지는 궁시는 무기로 생산될 때와 다르다고 한다. 유년 시절 놀이기구로 만들 때는 간단한 방법을 사용했다. 대쪽이나 통대나무를 불에 구우며 굽힌다. 안쪽에 줄을 달아 사용한다. 화살은 곧은 나무에 촉을 달고, 반대편에 깃이나 술을 달아서 가지고 놀았다.
누구나 즐기고 소장했던 역사와 전통 때문인지 단연 우리가 활쏘기 세계 으뜸이다. 가히 독보적이다. 쏘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다. 만드는 기술도 최고이다. 아니면 활이 좋아 성적이 좋다고 생각한 탓일까? 시합용 양궁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도 대한민국이다.
'활쏘기'라고 『단원풍속화첩』(27 × 22.7㎝,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그림이다. 활을 다루는 일련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오른쪽 위 사람은 바위에 걸터앉아 전통(箭筒)을 곁에 두고 화살을 하나하나 살피고 있다. 그 아래 사람은 활을 점검하고 있다. 활시위를 고쳐 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왼쪽에는 젊은 사람이 자세를 잡고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군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옆에 서서 활쏘기를 지도하는 모습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궁사가 오른손으로 활을 잡고 있어 왼손잡이로 보인다. 어느 손을 사용하느냐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발이 반대로 되어있다. 그림의 자세로는 시위를 마음껏 당길 수 없다. 힘도 실리지 않을 것이다. 화살이 멀리 날아갈까 싶지 않다.
왜 반대로 그렸을까? 당연히 밑그림도 많이 그렸을 것이다. 궁사가 팔에 매는 습拾, 두툼한 장갑 등도 자세히 그리고 있다. 실수로 보이지 않는다. 활을 처음 잡아보는 초보자를 그린 것일까? 웃기려고 그랬을까? 모종의 풍자가 들어있을까?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그림과 앞서 공개된 자료를 비교해 보면, 무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아도 이스칸데르 미사일임이 분명하다.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한 첨단 미사일이다. 더구나 고체연료를 사용, 기습 공격능력이 높다. 수없이 거짓이 불가함을 천명한 바 있다. 정부도 군도 왜 발사체라고 할까?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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