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김영란법에 따르면 사외보를 발간하는 기업의 발행인이나 담당 직원은 언론인으로 분류돼 청탁금지 등 각종 규제를 받는 때문이었다. 그동안 기업의 사외보는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과 직원에게 기업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무가지 형태로 발행해왔다.
그런데 사내보와 달리 고객에게 발송되는 사외보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정기간행물로 등록해야 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발 빠른' 기업들은 김영란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아예 폐간까지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연간 8000여만 부로 추정되는 사보시장은 사실상 붕괴에 처한 상태다. '김영란법'이 애먼 사외보들을 없앤 셈이다.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2016년 9월 27일자 한국스포츠신문의 [김영란법 유탄맞은 사보업계 대응 고심]에 나와 있다.
= "(전략) 삼성그룹은 온라인 격주간지였던 사내외 사보 '삼성앤유' 지난 16일자(73호)를 끝으로 발행을 중단했다. '삼성앤유'는 지난 2009년 7월 사내보였던 '삼성저널'과 사외보였던 '함께 하는 사회'를 통합해 종이로 발간돼 왔다.
지난해 1월부터는 격주간 온라인으로 전환했으나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이마저도 폐간시킨 것이다. 한화그룹도 매월 발행됐던 사내외 사보 '한화·한화인'을 지난 6월 543호를 끝으로 폐간했다.
또 금융권에선 KEB하나은행이 계간지인 'KEB 하나은행'을 최근 폐간한 것을 비롯, 신한은행도 계간지 'PMW'를 9월까지만 발행하고 10월부터 휴간하기로 했다.
한국사보협회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2,000개 기업에서 사보를 발행해 왔다. 이중 지자체와 공기업에서 발행하는 650~700개는 김영란법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사보는 대부분 폐간될 것으로 보여 영세 사보업체는 6개월 이내에 상당수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정기간행물의 내용은 똑같은데 오프라인 사외보는 김영란법에 적용되고, 온라인은 적용이 안 되는 것도 모순"이라며 지적했다." =
우리나라 법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의 딜레마가 한 둘이 아니다. 아무튼 이런 와중에서도 변함없이 매달 발행하고, 우편으로 우송까지 해 주는 정말 고마운 잡지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월간 독립기념관'이다.
2019년 5월호에는 <일제 강점기 부자의 선택>이라는 글이 실렸다. 여기엔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독립운동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우당 이회영과 '친일이 만든 조선 최고 갑부' 민영휘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이회영(집안)은 자그마치 9대가 정승과 판서, 참판을 지낸 명실상부 조선 최고의 명문가였다. 그러나 나라가 일제에 넘어가자 독립운동을 결심하고 그 많던 재산을 헐값에 처분했다. 서둘러 돈을 마련한 때문에 당시 이회영 가문이 처분한 재산은 40여만 원밖에 안 되었다.
하지만 이를 현재의 가치로 따지면 무려 60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반면 민영휘는 명성황후의 조카 친척으로 한말 최대의 영화를 누렸다. 한일 강제합방에 대한 공으로 일본으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았는가 하면, 당시 부동산을 포함한 그의 자산 총액은 1,200여 만 원이나 되었다.
이를 역시나 현재의 가치로 치환하면 무려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이다. 그렇지만 과연 '진정한 부자'는 누구였던가?
[소명 안 된 이미선 주식의혹…계속 파헤친다] 5월 2일자 매일경제에서 다룬 기사다. 지난달 19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공식 임명됐지만 이 재판관 부부의 '35억 원 불법 주식 투자'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뉴스였다.
원론적 견해지만 자신의 결격사유가 뻔한 데도 고위직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이지 후안무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당 선생은 전 재산을 처분한 돈으로 만주에 독립군 양성기관인 신흥무관학교를 세웠다.
이후 극심한 가난에 시달린 선생과 가족들은 "일주일에 세 번 밥을 하면 운수가 대통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삼순, 곧 한 달에 아홉 번 밥을 먹는다는 뜻으로, 집안이 가난하여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다는 말인 사자성어 삼순구식(三旬九食)이 떠올라 절로 존경심이 발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랬지만 우당 선생은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우리 민족의 또 다른 영웅이 되었다. 누가 진정 부자인가?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보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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