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47. 누가 진정 부자인가?

  • 문화
  • 뉴스 스나이퍼

[뉴스 스나이퍼 sniper] 47. 누가 진정 부자인가?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보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 승인 2019-05-1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평소 책을 많이 본다. 정부의 기관지와 지자체의 홍보지, 기업의 사외보도 포함된다. 이른바 '김영란법'의 시행 전에는 기업의 사외보도 꽤 많이 받아보았다. 그러다가 '김영란법'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그 유탄을 맞은 사보업계는 사보를 없애기 시작했다.

이는 김영란법에 따르면 사외보를 발간하는 기업의 발행인이나 담당 직원은 언론인으로 분류돼 청탁금지 등 각종 규제를 받는 때문이었다. 그동안 기업의 사외보는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과 직원에게 기업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무가지 형태로 발행해왔다.

그런데 사내보와 달리 고객에게 발송되는 사외보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정기간행물로 등록해야 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발 빠른' 기업들은 김영란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아예 폐간까지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연간 8000여만 부로 추정되는 사보시장은 사실상 붕괴에 처한 상태다. '김영란법'이 애먼 사외보들을 없앤 셈이다.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2016년 9월 27일자 한국스포츠신문의 [김영란법 유탄맞은 사보업계 대응 고심]에 나와 있다.



= "(전략) 삼성그룹은 온라인 격주간지였던 사내외 사보 '삼성앤유' 지난 16일자(73호)를 끝으로 발행을 중단했다. '삼성앤유'는 지난 2009년 7월 사내보였던 '삼성저널'과 사외보였던 '함께 하는 사회'를 통합해 종이로 발간돼 왔다.

지난해 1월부터는 격주간 온라인으로 전환했으나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이마저도 폐간시킨 것이다. 한화그룹도 매월 발행됐던 사내외 사보 '한화·한화인'을 지난 6월 543호를 끝으로 폐간했다.

또 금융권에선 KEB하나은행이 계간지인 'KEB 하나은행'을 최근 폐간한 것을 비롯, 신한은행도 계간지 'PMW'를 9월까지만 발행하고 10월부터 휴간하기로 했다.

한국사보협회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2,000개 기업에서 사보를 발행해 왔다. 이중 지자체와 공기업에서 발행하는 650~700개는 김영란법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사보는 대부분 폐간될 것으로 보여 영세 사보업체는 6개월 이내에 상당수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정기간행물의 내용은 똑같은데 오프라인 사외보는 김영란법에 적용되고, 온라인은 적용이 안 되는 것도 모순"이라며 지적했다." =

우리나라 법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의 딜레마가 한 둘이 아니다. 아무튼 이런 와중에서도 변함없이 매달 발행하고, 우편으로 우송까지 해 주는 정말 고마운 잡지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월간 독립기념관'이다.

2019년 5월호에는 <일제 강점기 부자의 선택>이라는 글이 실렸다. 여기엔 두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독립운동과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한 우당 이회영과 '친일이 만든 조선 최고 갑부' 민영휘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이회영(집안)은 자그마치 9대가 정승과 판서, 참판을 지낸 명실상부 조선 최고의 명문가였다. 그러나 나라가 일제에 넘어가자 독립운동을 결심하고 그 많던 재산을 헐값에 처분했다. 서둘러 돈을 마련한 때문에 당시 이회영 가문이 처분한 재산은 40여만 원밖에 안 되었다.

하지만 이를 현재의 가치로 따지면 무려 60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반면 민영휘는 명성황후의 조카 친척으로 한말 최대의 영화를 누렸다. 한일 강제합방에 대한 공으로 일본으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았는가 하면, 당시 부동산을 포함한 그의 자산 총액은 1,200여 만 원이나 되었다.

이를 역시나 현재의 가치로 치환하면 무려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액수이다. 그렇지만 과연 '진정한 부자'는 누구였던가?

[소명 안 된 이미선 주식의혹…계속 파헤친다] 5월 2일자 매일경제에서 다룬 기사다. 지난달 19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공식 임명됐지만 이 재판관 부부의 '35억 원 불법 주식 투자'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는 뉴스였다.

원론적 견해지만 자신의 결격사유가 뻔한 데도 고위직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이지 후안무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당 선생은 전 재산을 처분한 돈으로 만주에 독립군 양성기관인 신흥무관학교를 세웠다.

이후 극심한 가난에 시달린 선생과 가족들은 "일주일에 세 번 밥을 하면 운수가 대통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삼순, 곧 한 달에 아홉 번 밥을 먹는다는 뜻으로, 집안이 가난하여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다는 말인 사자성어 삼순구식(三旬九食)이 떠올라 절로 존경심이 발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랬지만 우당 선생은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우리 민족의 또 다른 영웅이 되었다. 누가 진정 부자인가?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보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홍경석-최종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