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년 다시보는 대전형무소 100년] 끝나지 않은 슬픔, 산내 유족 "추모비라도 세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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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년 다시보는 대전형무소 100년] 끝나지 않은 슬픔, 산내 유족 "추모비라도 세웠으면"

우갑제씨 아버지 31살 보도연맹 가입했다는 이유로 끌려가
신순란씨 오빠, 정치범으로 몰려 잔인한 고문 끝에 희생당해
유족들 "골령골 진상규명과 발굴 통한 추모비 세워지길"

  • 승인 2019-05-08 16:58
  • 수정 2019-05-10 19:23
  • 신문게재 2019-05-09 3면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3.1운동 100주년 다시보는 대전형무소 100년] 5. 산내 희생자 유족을 만나다

 

아들은 아버지보다 곱절의 인생을 살았고, 여동생은 희미해진 오라버니의 사진을 보며 그리움 담아 시를 쓴다.

이유도 모른 채 끌려간 가족들, 이들의 슬픔을 누가 알아줄까. 대전 산내 골령골 희생자 유족회원들은 오늘도 눈물을 훔치며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우갑제씨와 아버지 우대식씨
우갑제씨와 아버지 우대식씨
우갑제(FHI 기아대책 대전지부 이사)씨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자전거를 타고 할아버지 댁을 가던 날, 가족사진을 찍던 날에 멈춰있다.

우갑제 씨는 “아버지는 당시 31살이셨다. 조선상호은행에 다닐 정도로 수재였다. 당시 나라에서 보도연맹 가입을 권유했는데 아버지는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단체라고 믿고 가입하셨던 것 같다. 나라를 위한 순수한 마음이었을 텐데, 이렇게 억울하게 세상을 떠날 것이라곤 상상도 못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6·25전쟁이 터지자 이승만 전 대통령은 대전에 도착해 보도연맹을 교육 시킨다는 명목으로 가입자들을 극장으로 집합시켰다. 그리고 우갑제 씨 아버지를 비롯해 보도연맹에 가입한 젊은 청년들을 대전형무소에 수감했다.



우갑제 씨는 “아버지는 대전형무소 수감 된 지 열흘 만에 산내 골령골로 끌려갔다. 정치적 활동을 한 것도 아닌데, 할 것 같다는 사실상의 추측만으로 끌려간 거다. 너무 억울하게, 그렇게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신순란씨와 오빠 신석호씨
신순란씨와 오빠 신석호씨
신순란(백두산문인협회 고문)씨는 13살 차이가 나는 오빠가 끌려가던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신순란 씨는 “야학으로 주민들의 눈을 깨워주던 큰오빠가 정치범으로 몰려 붙잡혀 갔다. 끌려간 지 1년 만에 희생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감 된 오빠를 보러 어머니가 면회를 간 적이 있다. 당시 교도소는 유리벽이 없이 창살만 있어서 손을 잡아볼 수는 있었는데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오빠가 계속 뒷짐을 지고 있길래 어머니가 의아했던 모양이야. 어머니는 네 손 한 번 잡아보지 않고는 집에 가지 않겠다 말했고, 끝까지 손 내밀기를 피하던 오빠가 결국 어머니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글쎄, 손 마디마디가 다 파여서… 전기고문을 당했는지 성한 손가락 하나 없더라”며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오빠가 잡혀간 날 이후로 신순란 씨의 가족은 웃음도 대화도 사라진 채 희생자의 유족이 되어야만 했다.

우갑제씨와 신순란 씨의 바람은 한가지다. 유골을 찾아 제대로 된 봉분을 세운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갑제 씨는 “여전히 빨갱이니까 죽었겠지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알 수 있게 골령골 학살과 관련해 숨겨진 진실이 하루빨리 드러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순란 씨는 “유골을 찾는다는 것은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발굴하고 화장해서 우리들이 죽기 전에 추모비라도 세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1226yu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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