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 대덕대 호텔외식서비스과 교수 |
테크놀로지의 진화로 인해 급격히 변해가는 현대사회의 특성은 과거의 모습들이 사라지고, 끊임없이 신제품이 출시되듯 우리 지역의 모습도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모든 물건, 환경, 주거 공간의 변화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새롭게 조성되는 도시는 장기적이며 거시적인 시각에서 재구성되고 계획된 구획을 찾아보기 어렵다. 도로와 부대시설, 건축의 유사성으로 인해 도시는 점점 더 빠르게 국제화되고 표준화 되어가면서 도시의 정체성, 지역적 특성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도시재생의 대상이 되곤 하는 원도심은 도시의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우리가 살아왔던 공간이 낡고 시대에 뒤쳐졌다는 이유로 구획을 잘라 한꺼번에 불도저로 밀어내고 새로 짓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에 오랜 세월의 깊고 그윽한 맛을 담고 있는 원도심의 오래된 건물들은 재개발의 대상이 되어갈 뿐 사람들의 추억과 인생이 담긴 장소로 기억될만한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의 도시 재개발은 장소가 가지고 있던 고유한 지형과 시간의 흔적과 장소에 대한 기억을 없애고 있다. 도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대규모 단지의 아파트들은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서 오래된 장소에 대한 의미를 사라지게 한다.
지리학자 에드워드 랠프는 행위와 의도의 중심이며, 우리가 실존의 의미 있는 사건들을 경험하게 되는 초점이라고 했다. 현상학이나 실존주의 전통에서 장소는 단순한 사건이나 활동의 현장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으로 간주되었다. 이들의 '현상학적 장소론'은 도시를 공간과 구별해 '장소'의 개념을 통해 실존적 삶터에 장소의 영혼이 깃들어야 할 곳으로 보고 있고,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생활세계 지리학의 현상으로 간주해 장소에 뿌리내린 삶과 뿌리 뽑힌 삶을 구분하게 해준다. 장소의 정체성은 한 개인이나 집단이 어떤 장소를 다른 장소와 구별하여 인식하고 회상할 수 있는 경우에 발생하며 이는 그 장소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인간과 공간의 긴밀한 결합관계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장소를 여겨지게 된다.
각 도시는 인재, 기업, 투자자,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점점 더 치열한 경쟁의 전선에 나서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도시는 새로운 경제의 성장 동력과 일자리 창출 해법이라는 숙제를 지니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요 동인으로 '관광'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관광을 활성화 한다는 것은 도시가 지닌 다양한 유무형의 자산을 활용해 잘 엮어서 도시를 찾는 관광객이 선호하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공간을 재구조화하여 관광 상품을 만들어냄으로써 도시의 발전과 성장을 추구하는 것과 동시에 도시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도시의 타고난 지형과 역사문화는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특색이 퇴색됐다. 더불어 현재의 도시 재개발은 장소가 가지고 있던 고유한 지형과 시간의 흔적과 중층적인 장소 기억을 없애고 있다. 장소가 가지고 있던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은 기존의 장소가 가지고 있던 뿌리를 잘라내고 상징을 침식하고 다양성을 획일성으로 경험적 질서를 개념적 질서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쇠퇴한 산업도시의 시장들은 관광산업의 성장 기회를 이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시재생에 관광을 도입했다. 관광산업이 제조업과는 달리 친환경적인 것도 원인이 됐으며 결정적으로 쇠퇴지역의 재생을 위해 이전과 같은 제조업의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관광산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도시가 관광의 잠재력을 높게 보며 도시마케팅, 도시공간의 재구성, 역사문화 공간의 보전 등을 통해 관광을 발전시키는 배경이다.
역사문화자원이 그다지 많지 않은 도시, 관광이라는 키워드로 언뜻 떠오르지 않는 도시 대전이 타 도시와 차별화되는 상징적 이미지를 활용, 도시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관광자원을 활성화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인이 가장 찾아가고 싶은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대전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이현재 대덕대 호텔외식서비스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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