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포스팅(posting)이 안 되기에 주로 관광지와 축제 위주로 취재했다. 그럼에도 휴일엔 나름 맛집을 찾는 기쁨을 분실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오징어국수를 좋아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대전에서 오징어국수로 소문난 집은 중구 대흥동의 'S집'을 꼽는다.
이어 동구 성남동의 'K오징어국수'와 가양동의 'D식당'은 오징어 두부두루치기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가격도 착하여 항상 손님들로 붐빈다. 거론한 세 곳의 식당 모두를 열거하기엔 지면이 넘치므로 짭조름하고 칼칼한 맛이 백미인 'S집'만을 소개한다.
40년 이상을 한 자리에서 지켜온 뚝심 있는 식당이 바로 'S집'이다. 할머니의 깊은 손맛이 살아있는 오징어국수는 이 집의 대표메뉴다. 짭짤하고 칼칼한 국물에 칼국수 면을 넣고 끓이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향과 맛이 심금까지 울린다.
이 절묘한 맛은 오징어찌개를 만들다가 쉰 무김치를 오징어와 함께 볶아서 술안주로 낸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서천 한산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을 50가마니 씩 들여오는가 하면 고추와 마늘까지 모두 신토불이인 까닭에 그 맛이 더욱 웅숭깊지 싶다.
이처럼 맛난 오징어국수와 오징어 두부두루치기를 먹자면 오징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작금 오징어 어획 현상은 어떠한가? "19cm 이하 국산 총알오징어 내년부터 시장서 사라진다" 4월 30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다.
이에 따르면 해양수산부가 자원 관리가 필요한 어종들의 어획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몸길이 19㎝ 이하인 국산 새끼 오징어를 내년부터는 시장에서 살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총알오징어'로도 불리는 국산 새끼 오징어는 마치 총알처럼 작고 날렵하게 생겼다는 뜻에서 불리는 말이다. 기사를 보면 이렇다.
= "지난해 살오징어 어획량은 4만6000여t으로 전년보다 47%나 감소하며 1986년(3만7000t)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어획량 감소로 시중에 새끼 오징어가 '총알오징어'라는 이름으로 대거 유통되면서 "오징어 씨를 말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해수부는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기존 12㎝였던 살오징어 포획 금지 체장(體長)을 19㎝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중략) 해수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이 같은 개정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몇 년 전 정부가 명태를 찾기 위해 내건 현상금 포스터 문구를 기억한다. 지금은 4년째 이어진 명태 인공 수정과 방류 사업을 통해 국산 명태 발견 소식이 하나 둘 들리고 있어 반갑다.
명태(明太)는 대구목 대구과의 바닷물고기로, 냉수성 어종이다. 명태는 잡는 방법과 잡힌 시기, 크기와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매우 다양하다. 유자망으로 잡은 것을 '그물태' 또는 '망태(網太)'라고 하고, 연승으로 잡은 것은 '낚시태'다.
겨울에 잡은 것은 '동태(凍太)', 3~4월에 잡은 것은 '춘태(春太)', 산란을 해 살이 별로 없이 뼈만 남다시피 한 것은 '꺽태'라고 한다. 빨리 건조시켜 살이 딱딱한 상태로 되어 있는 것은 '북어'라고 하며, 산란기 중에 잡힌 명태를 덕장에서 얼렸다 녹혔다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 것을 '황태'라고 부른다.
잡은 지 얼마 안 돼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명태를 '생태' 또는 '선태(鮮太)', 상하지 않게 잡아 얼린 것은 '동태', 내장을 뺀 명태를 완전히 말리지 않고 반건조한 것은 '코다리'다.
명태 새끼는 '노가리'로 부르며 왜태(특대), 애기태, 막물태(나중에 잡힌 작은 명태), 은어바지(초겨울에 도루묵떼를 쫓는 명태)라는 이름도 있다. 명태는 동해가 주요 어장인데,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안에서 연간 최대 16만t까지 잡히는 등 우리나라의 흔한 어종이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명태 어획량은 1998년 5438t, 1999년 1329t, 2000년 977t, 2002년 312t 등으로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여기에 남획까지 가세하면서 결국엔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와 같이 전 국민이 애타게 찾아야 하는 희귀어종으로 둔갑한 것이다.
따라서 뒤늦게라도 해수부가 19cm 이하 국산 총알오징어를 못 잡게 하는 것은 참 잘하는 망양보뢰의 행정이라고 본다. 망양보뢰(亡羊補牢)란 '양을 잃고서 그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실패(失敗)한 후에 일을 대비(對備)함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총알오징어마저 남획하게 되면 별미로 즐길 수 있는 오징어국수 역시 결국엔 그림의 떡이 되고 말 것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보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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