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정은혜 감독의 춤으로 대전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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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정은혜 감독의 춤으로 대전을 그리다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06 10:1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십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아니면 허진주의 '대전 부르스'나 진성의 '안동역에서'처럼 노래를 불러서 자기 고장을 소개 할 수 있으나, 춤으로 자기 고장인 대전을 보여 주다니?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대전 춤의 대표 브랜드인 대전 십무(十舞)에서 그걸 자신 있게 선보인다 했다.

이왕이면 필자도 자세하게 홍보 좀 해야겠다.

중구 대흥동 우리들 공원에선 5월4일(토), 5일(일), 18일(토), 19일(일) 오후 5시에 무료 공연하고, 중구 대흥동 대전 평생학습원에선 5월24일(금), 27일(월), 28일(화), 29일(수), 30일(목) 오후 2시에 무료 공연한다고 한다.

이른바 열 개의 춤을 그리어 대전을 보여주되, 대전의 역사와 숨결을 가녀린, 그러나 아름다운 무희들에 의해 춤사위로 그려낸다 하였다. 대전의 역사와 숨결을 춤사위로 그려 내다니? 그게 가능할까? 더구나 우리고장 대전의 설화, 역사와 풍습, 인물, 자연, 종교 등에서 얻은 소재로 대전의 뿌리부터 미래까지 춤의 예술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궁금했다. 그래서 5월 4일 아내 오성자의 손을 잡고 우리들 공원으로 향했다.



내 아내 오성자는 치매 4등급이다, 남편의 이름도 자신의 이름도 모른다. 하지만 음악 감상이나 무용 감상 할 때는 정상인 못지않게 분위기를 잘 맞춰준다. 웃고 환호하며, 박수를 쳐대며 좋아한다. 사실 나는 무용 감상이나 가수들의 노래를 즐기기보다는 내 아내 오성자의 그런 모습 보는 것이 더욱 즐겁고 행복하다. 그래서 그 행복을 아내가 떠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고 싶어서 어디고 함께 다닌다.

대전시 출범 70주년과 대전방문의 해를 기념하기 위한 이번 공연은 정은혜 민속무용단이 대전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유산을 문화콘텐츠화해 대전의 전통을 이어가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가는 과학도시 대전의 모습을 10개의 춤 예술로 재현,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1, 본향(本鄕) ㅡ '太初의 빛을 찾아서'를 주제로 삼았다. 이는 전국에서 유일한 뿌리공원과 족보 박물관을 가진 대전에서 겨레의 뿌리와 자손들의 번영,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하여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춤이다. 여기에 동원된 무희들의 춤이야 말로 그동안 누구에게도 볼 수 없었던 창작 춤사위였던 것이다. 아름다움과 황홀함 그 자체였다.

이 아름다운 무희들의 춤사위 속에는 근본 뿌리인 주인정신을 함양시키는 내용이 녹아 나고 있었으며 그들이 두 손 들어 펼칠 때 마다 충효사상이 공중에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2, 계족산(鷄足山)판타지 ㅡ'계족산의 황홀한 저녁노을을 사랑한다'를 주제로 하였다. 계족산 판타지는 대전8경의 하나인 "계족산 저녁노을"을 남녀의 신비로운 만남과 열정적인 사랑의 듀엣으로 완성한 춤이라 한다. 거기에 조웅래 회장의 대전시민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과, 황토 흙에 담긴 전라도 김제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까지 표현 했다하니 정은혜 감독의 춤사위 구사능력은 4차원의 세계를 넘나드는 듯하였다.

3, 갑천(甲川), 그리움 ㅡ'갑천의 전설이 한 폭의 수채화가 된다'를 주제로 그렸다. 대전의 3대 하천(갑천,대전천,유등천)중 하나의 젖줄인 갑천, 갈대숲에는 새들이 보금자리를 틀어 가족을 이루고, 물위에는 철새들이 모여들어 유영(遊泳)하며 먹이 찾는 모습이 정은혜 교수의 뇌리를 스쳤으리라. 그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이토록 아름다운 무희들의 손놀림 발놀림으로 표현하게 하였던 것이다. 어쩌면 갑천에서 유영하는 새들보다 지금 필자의 눈앞에서 노닐고 있는 이들 무희들의 모습이 더 아름다울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4, 유성학춤(儒城鶴舞) ㅡ '고고하면서도 정겨운 춤 그것이 학춤이다'라는 주제로 엮었다. 백제 말기 6城 즉 유성온천의 유래 설화가 녹아있는 장엄하면서도 정겨운 춤, 그것이 학춤이다.

정은혜 교수는 백제말기에 학이 온천수로 다친 날개를 치료하는 것을 보고 전쟁에서 다친 아들을 유성온천수로 치료했다는 전설상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온천물로 생명을 구한 학이 용왕님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500여 년 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을 이처럼 재현 시키고 있는 것이다. '학춤'하면 정은혜교수를 꼽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정은혜교수는 우리 민족의 고고한 품격을 학춤을 통해 보여주면서 대전시민들의 희망과 꿈을 기원하고, 불로장생을 소망하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소망을 담기도 하였으리라. 그래서 유성학춤하면 정은혜교수인 것이다.

5, 대바라춤 ㅡ '정토(淨土)를 염원하는 상생(相生)과 해원(解寃)'을 주제로 한 춤이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수운교 공양의식 중에 나오는 해원의 춤인 것이다.

≪묻히리랏다 청산(靑山)에 묻히리랏다/ 청산이야 번하리 없어라//내 몸 언제나 꺾이지 않을/ 무구(無垢)_한 꽃이언마는/깊은 절 속에 덧없이 시들어지느니/생각하면 갈갈이 찢어지는//내 마음 슬허 어찌 하리라≫

신석초가 읊은 바라춤 일부이다. 무희들이 입는 홍가사(洪袈裟) 그것은 한국 불교의 상징을 의미한다. 하얀 장삼에 붉은 가사 녹색 띠를 두른 복식과 두 손에 바라를 들고 장중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몸을 놀리는 이 춤은 색감(色感)과 움직임이 모두 들뜨지 않은 속에서 화려함을 끌어낸다.

발동작은 외로 도나 언제나 고무래 정자(丁字)로 떼어놓고 무릎과 허리를 동시에 굴절시키며 바라를 놀린다. 무릎과 허리 놀림이 덩실덩실하고 발놀림이 또박또박 장중하다. 바라를 든 두 손 두 팔은 물결처럼 덩실거리는 몸의 움직임과 함께 좌우로 벌렸다·합쳤다를 반복하고 한 팔씩 전후로, 상하로 반복해서 돌린다. 이때 바라를 맞부딪치거나 비벼서 내는 소리가 춤의 리듬 속에 장중한 멋을 더해 주며 바라가 지닌 쇳소리는 종이나 요령처럼 쨍그렁거리지도, 징처럼 크지도 않으면서 부드럽게 퍼져나가는 맛이 있다. 이런 춤사위를 이동준, 조경진, 김민혁 등 20여 명의 춤꾼들에 의해 재현 했던 것이다. 무아지경 몰아지경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내 아내 오성자도 무아지경에 빠져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데, 하물며 필자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6, 한밭 규수춤 ㅡ'한밭 벌 규수들 봄나들이 하셨네'를 주제로 하였다. 한밭의 들판에 나들이 나온 규수(閨秀)들의 아리따운 모습을 생동감 있고 신명나는 몸짓으로 담아낸 군무(軍舞인 것이다. 박헌오 시인의 '한밭규수의 판타지'에서 영감을 얻어 연출한 작품이라 했다.

보자, 하이키로 피리를 앞세우고 한밭벌 아름다운 여인들이 자태를 뽐내며 느린 여유로움으로 만춘을 만끽하는데 남정네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무희들의 춤사위는 말 그대로 교태이며 발동작은 세묘(細描)인 것이다. 다시 말해 사뿐사뿐 그 모습인 것이다. 그러니 대전의 남정네들이여, 어서 오라. 18일, 19일은 우리들 공원이고, 24, 27, 28, 29, 30일에는 대전 평생학습관에서 무료로 공연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무희들을 공짜로 싫컷 볼 수 있는 대전 남정네들에게 드리는 좋은 기회인 것이다. 이곳에 와서는 두 눈 부릅뜨고 여인들의 온 몸을 뚫어지게 보아도 미투에 걸릴 염려도 없다. 사뿐 사뿐 발동작애 취해보고, 교태에 빠져보자. 물론 필자도 빠짐없이 참석할 것이다. 음흉하다 하지 마라. 신께서 만들어 부여하신 남정네들의 본능인 것이다. 와서 정교수의 멋진 연출도 감상하기 바란다. 어쩌면 여인의 머리에서 그런 장엄함과 생동감이 나왔을까? 와서 보라. 시대를 초월하는 풍습과 색채, 무희들의 미모, 그리고 우리 춤의 우아한 기품을 보여주는 작품이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7, 대전 양반춤 ㅡ'양반이요 양반! 대전 양반이요'를 주제로 하여 선보이는 작품이다. 기호유착의 본산인 대전의 선비들 이야기에 풍자(諷刺)와 해학(諧謔)이 어우러져 연출된 양반춤이다. 충청도 대전지방의 양반들의 능청거림을 해학과 풍자로 엮어 내려간 작품, 이 양반춤에는 패륜아적인 양반들이 등장한다. 요즘 세상이라면 모두 미투에 걸려들 그런 양반들이다. 이런 양반들 역할로 분장한 김민혁, 김승환, 이동준 이상호, 윤저아 등이 미모의 여인 임자원 박예원을 꼬드기려 흐느적거림과 능청거림으로 꾀러 나간다. 하지만 지적의 매력덩어리인 임자원 박예원의 태도는....?

8, 취금헌무(醉琴軒舞) ㅡ '거문고 가락에 취하다'를 주제로 엮었다. 사육신 박팽년의 높은 충절과 지조를, 순천박씨 집안의 대를 잇게한 여인들의 한이 인고의 세월속에 녹아들게 한 작품이다. 애절한듯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고, 이어졌다가 다시 끊기는 거문고의 가락에 맞춰 온갖 회유와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고귀한 죽음을 선택했던 박팽년의 삶, 그것을 김민혁은 잘 소화해 내고 있었다.

9, 호연재(浩然齋)를 그리다 ㅡ '삶이란 석 자의 시린칼이요, 마음은 한 점의 등불이다'를 주제로 엮은 작품이다. 규방시인 김호연재가 남긴 주옥같은 '야음'이란 시를 바탕으로 그녀의 정한(情恨)과 고뇌(고뇌)를 아름다운 춤사위로 표현한 춤이다.

야음(夜吟)

달은 온통 산에 잠기어 고요하고 /샘물은 촘촘히 별빛에 맑구나

대나무 잎엔 안개 바람이 스치고/ 매화 꽃엔 비 이슬이 엉기었네

삶이란 석자 칼이요/ 마음은 한 점 등불이어라?

서럽게도 해는 또 저물어 가고/ 시든 백발이 나이를 더하는구나 -김호연재-

10, 한밭 북춤 ㅡ '천문학과 북의 환상적인 만남'이라는 주제로 엮은 작품이다. : 과학도시 대전의 이미지를 북 놀음과 현대춤으로 융합시킨 흥겨운 판타지'타고(打鼓)퍼포먼스' 이다. 과학자들로 하여금 북채를 들게 하여 그것을 춤동작으로 엮어내게 한 정은혜 교수와 무용단 40여 명, 이들의 춤사위에는 맛과 멋이 융해되어 대전시민들에게 해마다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대전십무는 한 단계 진화된 작품으로 정은혜 교수만이 연출해 낼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연결해서 대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예술적 집념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그래서 허태정 대전 시장은 "대전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감동과 즐거움이 있는 무대"라고 극찬하였으며, 박용갑 중구청장도 "대전의 정체성을 현대적 춤사위로 풀어낸 대전 십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김종천 대전 광역시의회 의장도 "대전에 대한 사랑과 춤에 대한 열정, 예술적 집념으로 이루어 낸 명품브랜드'라 하지 않았던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다. 5월 18일과 19일 오후 5시 대흥동 우리들 공원이고, 24~30일 까지는 2시에 대전평생학습관 어울림 홀이다.

가서 이들의 춤사위에 흠뻑 빠져보자.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김용복 칼럼니스트-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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