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건강한 사회의 페르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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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건강한 사회의 페르소나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 승인 2019-05-06 09:40
  • 신문게재 2019-05-07 22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준원교수
이준원 교수
아이돌 그룹 BTS(방탄소년단)는 전 세계 음반 시장을 뒤흔들며 K-팝을 인식시키며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분석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칼 융’의 이론을 정리한 ‘스타인’ 박사의 '융의 영혼의 지도'라는 심리학책은 방탄소년단의 신규 앨범 '맵 오브 더 소울: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소나는 라틴어로 배우가 무대 위에 설 때 사용하는 연극 가면을 의미한다. 로마 후기에는 권리와 의무에 대한 법적인 다툼이 이어지면 서로 다른 환경에 처한 개인의 특성에 의해 다르게 해석되고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이중성을 비판하기보다는 사회의 환경이 변하고 요구가 다양해지면 개인은 자신의 심리와 사회적 이해관계와 타협을 하고 사회적 요구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인간은 예의를 지키고 조직의 일원으로 타인과 잘 동화되고자 한다. 이런 과정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에서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을 찾지 못할 그 질문'이라는 가사처럼 사회적 관계에서 만들어진 자신의 다양한 모습이 거울에 비칠 때 갈등을 보이기도 하지만 가정과 사회의 일원으로 안식처를 가지고 느낄 때 자신의 소우주에 만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인간 체내에서 공생하는 미생물들은 인간 세포와 교신하고 자신들끼리도 작은 물질들을 분비해 소통한다. 질병과 건강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미생물의 종류와 분포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인간은 연극에서 사용했던 가면 중에서 자신이 속했던 사회에서 비난과 또는 칭찬을 들으며 성장하며, 페르소나는 어느 날 익숙한 인격이 된다. 살아온 환경과 주변의 인식들은 한 인격체를 만들고 그러한 인격체들이 모여 사회를 이룬다.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예인과 재벌가 자제들을 넘어 일반인에게도 깊숙이 침투한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 그들이 자라온 배경과 환경도 결국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의 표상일 것이다. 젊은이가 지고 있는 내적 갈등을 해소해줄 수 있는 문화적 표출이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스타를 만들어 카르텔을 형성하고 지키기 위해 예술문화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자정 기능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축제 중에 대학 축제에 남은 건 인기가수를 초대해 공연하고 술과 음식을 파는 방식만 남았을까 의문이 든다. 학생들이 원하는 축제의 형태가 그들의 고민과 내적 갈등을 해소하는 하나의 장이 되려면 참여자들의 대화와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도움의 손길이 부족한 곳에 대한 친밀감을 배우게 하고 대학이 위치한 지역을 돌아보며 봉사활동을 하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랄 수 있는 토대를 만들려는 시도들을 지나치게 많이 해도 부족한 상황이다.

방탄소년단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feat. Halsey)'는 '너에 대한 관심과 사랑, 작고 소박한 사랑의 즐거움'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년들과 학생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내면을 모두 알지도 못하고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자의식에 대한 질문에 조그마한 대답도 알지 못한다.

단순히 지식을 배우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관심과 대화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내면을 여행하도록 기다려야 하며 대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마음속에 있는 갈등과 내면의 페르소나를 모두 꺼내 보여줄 수 있도록 유도하고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건강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유연한 생각으로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이준원 배재대 바이오·의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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