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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숙 지음│특별한서재
최근 종영한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주인공 김혜자는 70대 알츠하이머 환자였다. 혜자는 자신을 20대라고 믿으며 아들을 아빠로, 며느리를 엄마라고 생각한다. 기억을 잃는다는 슬픔과 평범해서 더 아름다운 일상의 매순간이 함께 화면을 채웠다.
책 『그분이라면 생각해볼게요』의 저자 유병숙 작가 역시 어느날 어머니의 '언니'가 됐다. 아들은 오빠가 되고 손주는 조카가 됐다. 날벼락을 맞은 듯, 시어머니의 알츠하이머는 감당할 수 없는 일로 다가왔지만 작가는 그 아픔을 온전히 끌어안았다. 어머니는 열여덟 순정이 되어 사라진 현재 속에서 흩어진 기억의 퍼즐 조각들을 찾아 헤매며 살아간다. 며느리인 유 작가는 그런 어머니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시간들을 더듬으며 그리움이라는 단어로 현재를 물들인다. '눈을 감고 꾸는 것이 꿈이라면 눈을 뜨고 꾸는 꿈이 치매라 했다' 면서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눈빛 너머 어머니는 오늘 또 어떤 꿈을 꾸고 계실까' 궁금해 한다. 어머니가 남긴 반지를 만지며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넌지시 말을 건네도 본다. 기억의 질병을 앓다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향한 정성어린 마음과 인연의 소중함, 사람살이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전해진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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