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어린이 제공 |
방정환 지음│김동성 그림│장정희 해설│길벗어린이
5월 5일 어린이날이 다가온다. 어린이에게는 생일처럼 '나의 날' 이라는 기분으로, 평소와 다른 하루를 보내고 싶게 만드는 날이다.
'어린이를 아끼고 존중하며, 어린이들이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은, 익히 알려진대로 방정환이 1923년 처음 만들었다. '어린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고 어린이 인권운동에 힘을 쏟았던 그는 아동문학 발전에도 앞장섰다. 전래 이야기를 캐내고 외국의 동화를 번역해 아이들에게 들려줬으며, 순수 아동잡지 <어린이>를 창간했다.
어린이날 때맞춰 출간된 동화책 『시골 쥐의 서울 구경』은 그가 이솝 우화 <집쥐 들쥐>에서 영감을 얻어 쓴 창작동화다. 오매불망 꿈꾸던 서울 구경을 나선 시골쥐가 서울쥐의 도움을 받으며 다양한 일을 겪고, 역시 제 살 곳은 시골이라며 돌아가게 되는 줄거리는 단순하다. 그러나 그 줄거리가 친 세세한 이야기의 가지는 익살스럽게 싱그럽고 입말이 살아있어 읽는 맛이 있다. 우연히 만난 친절한 서울쥐가 자기 집이라며 데려간 양옥이 알고보니 '우체통'이며, 양과자 부스러기를 먹고 편지를 이불삼아 잠이 드는 모습은 아기자기하다. 독자도 시골쥐가 된 마음으로 우체통 안을 바라보다보면 편지인 줄 알았던 신문에 세상 소식을 읽고, 우체부의 가방에 휩쓸려 들어가게 되니 가슴이 철렁하기도 한다.
김동성 작가가 그린 1920년대 서울 거리 곳곳의 풍경은 이 동화의 또다른 주인공이다. 지금은 없어진 남대문 정거장부터 옛날 전차와 자동차, 거리의 가게들과 남대문,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표정, 신문의 글자, 나무 한 그루까지 섬세하게 묘사했다. 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한 그림책 <엄마 마중>에서 보여준 뛰어난 연출력은 이번에도 읽는 이를 서울의 옛 시간 속으로 데려간다. 방정환연구소 소장 장정희 박사의 작품해설도 어린이들이 작품을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