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근에 친구, 지인들과 오른 산도 힘든 데마다 쉬었다 가라고 의자와 쉼터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편의상 껄떡고개 위의 의자라고 호칭을 해 본다.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느라 모두가 숨이 찼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이들마다 힘겨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모두들 힘이 빠져 어렵게 걷는 모습이 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정상이라는 목표가 없었으면 그냥 내려가고 싶은 생각들이 간절했으련만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앞만 보고 가는 것 같았다. 목표가 있어 모두들 포기하지 못하고 지친 다리로 남은 거리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기진맥진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지친 모습은 분명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후줄근한 땀을 닦는 진풍경이었다.
껄떡고개가 있는 지점 이 팔부능선도 인고의 의지를 필요로 하는 곳이기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의자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 의자는 어렵게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땀을 식혀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에 틀림없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어려운 다음 코스를 위해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라고 천사 마음을 쏟아 놓은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누구의 발상과, 누구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는 몰라도 느꺼운 존경심이 땀 닦을 때마다 새어나오는 기분이었다.
껄떡고개 위의 의자.
이것은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몰아쉬었던 힘든 숨을 고르게 해 주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힘들게 가야 할 험로를 위해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고 있는 것이었다.
껄떡고개 위의 의자가 없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지친 몸으로 많이도 허덕였을 것이다.
이 껄떡고개의 의자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이 생기와 활기를 불어넣는 보약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에너지 충전으로 목표까지 가는데 힘이 나게 하는 보약이 돼 주고 있었다.
나는 오늘 모처럼만에 기분 전환도 할 겸 나온 산행인데 의외로 얻은 수확이 많다. 그것도 큰돈으로도 살 수 없는 중요한 것을 얻었다. 그래 환한 얼굴에 보람이 묻어나는 미소까지 흘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선 평상시 집에서 못 흘리는 땀으로 노폐물을 방출시켰으니 건강이 그만큼 좋아졌을 것이고, 다리 근육까지 키웠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니겠는가?
게다 자연이 주는 무진장의 보약에다 친구들 지인들이 주는 돈독한 신뢰와 우정까지 여러 지게로 져도 남을 만큼 쌓고 왔으니 그만하면 소득치고서는 큰 것이 아니겠는가!
거기다 끈끈한 정이 똬리를 틀 만큼 자리를 다져 놓고 왔으니 불로소득치고는 짭짤한 것이 아니겠는가!
허나 오늘 무엇보다도 중요한 소득은 껄떡고개 위의 의자(쉼터)가 준 교훈이었다.
그것은 중·고등 교과서에도, 대학 전공 서적에서도 볼 수 없는 인생 교훈 전수물임에 틀림없었다.
우리 사람도 누구나 살다보면 껄떡고개의 어려움 같은 삶의 고비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는 어려운 고비가 있어도 징검다리 하나 없는 하천에 외나무다리 건너듯 긴장하며 어렵게 살아야 하는 것이 다반사 인생살이인 것 같다.
껄떡 고개 위의 의자(쉼터).
이것은 허덕이며 살아가는 우리 인생에 참 교훈을 주는 지남차임에 틀림없었다.
우리 인생살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인생의 껄떡고개 의자가 되어 주는 삶은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 것이겠는가!
나도 우리 인생살이 껄떡고개 위의 의자가 되어 힘겹고 어려운 사람들한테 일조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껄떡고개 위의 의자와 같이 인생 철인으로서의 현자는 못 되더라도 어렵고 힘든 사람한테 손 한 번 잡아주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겠는가!
우리는 너와 내가 걷고 있는 인생행로가 헐떡일 만큼 어렵고 힘들 때 서로의 껄떡고개 의자가 되어 너와 나의 땀을 식혀 줄 수 있는 삶은 살 수 없는 것일까!
아니, 호흡을 같이 하는 힘과 용기로 상생의 삶을 함께 누릴 수는 없는 것일까!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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