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이제우린'에 이어 서비스라며 사이다 한 병도 따라왔다. 어제처럼 쉬는 날의 어떤 백미(白眉)는 소주를 만나는 거다. 소주를 마시며 그동안 쌓인 과로와 스트레스까지를 씻어낸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애창곡을 듣는다.
사람은 십인십색이다. 따라서 휴일을 보내는 방법 역시 각양각색일 터. 등산이나 낚시 등으로 휴일을 보내면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짬이 안 되기에 술 한 잔으로 시름을 잊곤 하는 것이다.
평소 야근이 잦아서 수면부족이 건강을 해친다. 따라서 소주의 힘을 빌려 숙면을 취하는 것이다. 혹자는 이런 습관을 가진 필자에게 아예 금주하는 게 낫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가뜩이나 팍팍한 세상에 소주 한 잔 마시는 낙까지 없어서야 무슨 재미로 산단 말인가. ['소주 한 병 5천원 시대 오나'…오늘부터 소줏값 인상] 5월 1일 자 연합뉴스에 올라온 뉴스다. 기사를 잠시 본다.
= "퇴근 후 소주 한 잔이 부담스러워질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1일부터 '참이슬' 오리지널(360㎖)의 공장 출고가격을 병당 1천15.7원에서 1천81.2원으로 65.5원(6.45%) 올린다고 밝혔다.(중략)
주류업계는 출고가격이 인상되면서 식당과 주점 등의 소매가가 소주 1병에 5천 원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중략)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소맥 폭탄주'의 값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는 지난달 초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올렸다. 간판 제품인 '카스' 병맥주 500㎖의 출고가는 1천147원에서 1천203.22원으로 56.22원(4.9%) 올랐다." =
이제 본론으로 들어간다. 기자의 지적처럼 소주와 맥주가 병 당 65.5원과 56.22원 인상되면 식당과 주점 등지에서 파는 술은 필연적으로 가격에 날개가 붙는다. 그것도 병 당 1천 원이나 더 올려 받는다.
이 경우, 술을 싫어하거나 아예 안 마시는 사람은 의미가 없겠지만 필자와 같은 주당은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방증(?)의 기사가 4월 27일 자 조선일보 [소주 한 병이 5000원이라니… 애주가들 뿔났다]에 실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소주 소비량은 연간 87병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필자와 같은 주당은 그 몇 배를 마신다. 따라서 죽이 맞는 사람과 식당(주점)에 가면 금세 소주 대여섯 병을 소비한다.
이럴 경우, 안주보다 술값이 더 나오는 건 상식이다. 그러므로 소주 한 병이 5천 원까지 오른다면 이어진 기사의 내용처럼 '분기탱천하여' 다시는 그 식당을 찾지 않을 작정이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가뭄의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 있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맥키스컴퍼니, 올해 소주 가격 인상 없다] 서울경제 4월 29일자에 보도된 내용이다. 기사의 골자는 이렇다.
= "대전·세종·충남지역 대표소주 회사인 맥키스컴퍼니는 자사가 생산하는 '이제 우린' 소주의 가격을 올 한해 인상하지 않는다고 29일 발표했다. 또한 10년간 판매되는 '이제우린' 소주 한 병당 5원씩 적립해 지역사랑 장학금을 기탁하겠다고 약속했다.
맥키스컴퍼니는 이번 결정으로 연간 50억여 원의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맥키스컴퍼니 경영진은 소주가격 인상으로 지역민들이 체감하게 될 물가인상이 크고 이로 인해 소비위축뿐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까지 들게 할 수 있다고 판단, 가격을 유지키로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맥키스컴퍼니는 판매수익의 일부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고 나섰다. 한번만이 아니라 10년간 지속한다는 약속이다. (중략)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은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겨내자는 뜻으로 가격인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지역사랑 장학금 캠페인 등 맥키스컴퍼니가 해온 꾸준한 활동들로 지역민을 위하고 지역사회와 상생·발전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 뉴스를 보면서 감사와 존경이 불길처럼 솟았다. 말이 좋아서 연간 50억 원 이익감소지 실제에 있어선 한 푼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게 기업과 경영의 특성이기에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필자는 이 칼럼의 36화에서 [지역소주, 지역민이 소비해야]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런 요지부동(搖之不動)에 조금도 미동이 없는 것은 여전하다.
앞으로 식당에 가면 술값을 안 올린 '이제우린'만 찾는 손님들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불황의 먹구름이 자욱한 터에 소주 가격을 올리는 것은 손님을 스스로 내쫓는 자충수(自充手)라고 본다. 지금도 소주 한 병에 3천 원만 받는 '착한 식당'이 적지 않다.
홍경석 / 수필가 & '사자성어를 보면 성공이 보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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