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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클리어필드·안드라스 틸시크 지음│장상미 옮김│arte
'제트엔진에서 가정용 온도조절기까지, 새로운 기기 수십억 대가 이제 사고 및 공격에 취약한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 흔히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라고 부르는 연결망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이미 무선 인터넷 연결을 지원하는 '스마트' 세탁기와 드라이어를 생산하는 제조사들이 있다. (…) 스마트 드라이어에 보안 결함이 있다면 원격으로 접속한 해커가 프로그램을 조작해 모터를 과열시켜 화재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보안이 취약한 드라이어를 둔 집이 1000곳만 돼도 해커 한 명이 중소 도시 하나를 발칵 뒤집어놓을 수 있다.'
-3장 | 해킹, 사기, 그리고 지면을 차지한 가짜뉴스들 중에서
바야흐로 '재난의 시대'다. 사람들은 늘상 정부기관에서 보내는 재난 문자를 받고, 재난 경보가 울리지 않더라도 매일 미세먼지 지수를 확인한다. 일상과 가장 먼 단어였던 '재난'은 이제 일상의 일부가 됐다. 그만큼 '재난'의 폭과 깊이도 다양해졌다.
책의 제목인 '멜트다운'은 원래 원자로 냉각장치 정지로 인한 노심 용융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일종의 액화현상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처럼 지진이나 쓰나미 등 자연재해로 발발하기도 하지만, 부주의한 검사나 작은 실수로도 발생할 수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사고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끔찍한 참사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멜트다운이 벌어지는 현장은 핵발전소, 항공 및 우주산업 등 기술 집약적인 산업분야 일부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버스나 지하철, 택시 같은 대중교통 수단부터 소셜 미디어, 금융시장 등 생활 속 많은 곳에 컴퓨터 기술이 녹아들어 있다. 말하자면 어디에서나 멜트다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술의 편리함에 우리는 위험을 간과한다. 한번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그 시스템에 오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시스템 붕괴로 인해 발생하는 멜트다운들을 폭넓게 분석하고, 오늘 우리가 대비해야 할 멜트다운의 시나리오들과 그 실천적 해법을 제시한다. 멜트다운 사고의 사례들을 사회학, 심리학, 인지과학, 경제학 등을 활용해 전에 없던 폭과 깊이로 다루고, 이를 막기 위한 실천적 해법들을 제안한다.
멜트다운은 '시스템에 대한 무관심한 신뢰'에서 비롯된다. '멜트다운'이 다가오는 신호는 확실히 알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두 저자는 모든 재난에서 경고 신호는 무수히 존재했고, 우리는 너무 잦아서 일상이 된 경고 신호를 무시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직관에 의존하도록 설계된 존재라서 기계 시스템, 검증 시스템의 사소한 오류가 문제로 드러나지 않은 채 잠복해 있으면, 오류를 품은 시스템을 점차 '정상'으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결과로만 시스템의 정상 여부를 판단하는 경향인 '결과편향'은 '일탈의 정상화'를 낳는 주범이다. 정상으로 탈바꿈한 일탈들은 쌓이고 쌓이다가 참사로 불거진다. 저자들은 '일탈의 정상화'를 막기 위해 문제를 수집하고, 드러내고, 공유하는 비일상화의 과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 비정상의 신호를 놓치지 않고 행동할 '내부고발자, 이방인, 경청하는 리더들'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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