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언어습득의 블랙박스를 열어보다…'언어의 아이들'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언어습득의 블랙박스를 열어보다…'언어의 아이들'

조지은·송지은 지음│사이언스북스

  • 승인 2019-05-02 16:09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언어의아이들
 사이언스북스 제공
언어의 아이들

조지은·송지은 지음│사이언스북스



성인이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왜 힘이 들까. 몇 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보면 언어도 재능으로 타고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태아에게 언어를 들려주는 태교가 혹시 그런 효과를 가져와 줄까. 2개 이상의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성인이 되면 외국어 발음을 배우기가 힘든 이유는 뇌 지각체계의 변화 때문이다. 생후 약 6개월부터 뇌의 지각 체계는 모국어 소리에 최적화 되어간다. 첫 돌이 될 때쯤 말을 하기 시작하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말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책 『언어의 아이들: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언어를 배울까?』는 언어를 배우는 창조적 능력이 실제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살펴보는 한편 이제 막 세상의 문을 여는 아이들의 언어 습득 블랙박스를 들여다봄으로써 언어 습득의 숨겨진 원리를 살펴본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언어학과 한국학을 가르치는 조지은 교수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연구원으로 있는 송지은 박사의 만남으로 탄생한 이 책은 두 언어학자의 학문적 탐구는 물론이고 실제 영국에서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두 자녀를 양육하는 어머니로서, 외국어 화자로서 생활하는 경험까지 담겨 있다.

책은 총 4부에 걸쳐 아동 언어 발달, 음성학, 어휘와 문법, 이중 언어 습득이라는 큰 주제를 다루면서 다양한 관련 연구와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I부는 아이들의 언어 발달 과정에서 출발한다. 아이들은 청각기관이 어느 정도 발달하는 임신 28주 시기부터 엄마 몸을 지나 전달되는 저주파수대의 제한적 소리로 언어 습득을 시작한다. 생후 12개월 정도가 되면 처음으로 단어를 말하게 된다. 특정 시기를 놓치면 사고의 언어로 삼을 수 있는 모국어 형성에 실패하게 된다.

II부에서는 음성학적 말소리 연구를 통해 아이들이 소리의 세계를 터득해 가는 원리와 과정을 살펴보는 한편 한국어의 음성 특징을 다룬다. 귀가 들리지 않는 아기가 수화도 배우지 않고 그대로 방치된다면 어떤 종류의 언어도 배우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언어 습득 장치를 가동시키 위해서는 주변 말소리를 듣고, 음성의 실타래에서 단어 경계를 분절해 의미를 배워 나가야 한다.

Ⅲ부에서는 백지 상태의 아이들이 어떻게 단어의 의미를 터득해 가며 머릿속 사전을 만드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말의 구조와 의미를 분석하고 만들어 가는지 살펴본다. 아이들은 머릿속 사전에 '아무렇게나' 단어들을 집어넣지 않는다. 머릿속 사전은 패턴과 원칙이 있는 정리 방식 아래 형성된다.

IV부에서는 외국어 습득에 관한 질문들을 다루고 있다. 이중 혹은 다중 언어 사용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에서도 외국인 이주민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한국어가 아닌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자녀를 키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이중 언어 습득 환경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이중 언어 습득의 기회가 제한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여러 언어를 배우는 것이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언어 지식을 습득하는 것 이상으로, 개인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언어의 아이들'이 그 언어를 잃지 않고 '언어의 어른들'로 자라기 위해서는, 언어라는 도구가 우리의 삶과 마음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결국 '결별'…대전 둔산2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두 곳 출범
  2.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3. 한국행정학회, '세종시=행정수도' 지위 확보 방안 찾는다
  4. 세종 교사노조-시의회, 교육 환경 개선 나선다
  5. 종촌종합복지관, 웃음과 나눔이 함께한 '웃기는 경매' 개최
  1. 한국중부발전 세종본부, 저소득 아동에 문화상품권 기부
  2. 30살 맞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평등과 자치 한길"
  3. 황웅환, 세종YMCA 제7대 이사장 취임
  4. 천안시장 권한대행 김석필 부시장, “행정 공백 최소화 집중”
  5. 대전 서구, 장애인 평생학습 활성화 위한 협약 체결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 정상궤도 진입 가능할까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 정상궤도 진입 가능할까

수년째 출발선에 서지 못하고 있는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신탄진~계룡)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사비 증가로 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협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24일 대전시와 국가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국가철도공단은 충청권광역철도 1단계 사업과 관련해 후속 공정을 추가한 총사업비를 두고 기재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사업은 당초 2023년 말 착공 예정이었으나, 지장물 이설 공사비 증가에 설계적정성 검토를 다시 받으면서 사업 기간이 늘어졌다. 여기에 최근에 신규..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세종 집값 1년 9개월만 최대 상승폭 기록… 대전 풍선효과 수혜 볼까

대통령실 이전 기대감에 세종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1년 5개월여 동안 30~40%가량 하락했던 세종시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이전 수준까지 회복할지 주목된다. 여기에 세종시와 인접한 대전 등 지역이 '풍선효과' 수혜를 받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2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4월 셋째 주(21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0.23% 상승해 전주(0.04%) 대비 무려 6배 가까운 급등세를 보였다. 2023년 11월 20일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세종 집값은 지난주 70주..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 지정… 28년 만에 괘불 국보 추가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 지정… 28년 만에 괘불 국보 추가

우리나라 괘불도 양식의 시초로 평가받는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가 국보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후기 불화인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를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괘불도(掛佛圖)'는 사찰에서 야외 의식을 할 때 거는 대형 불화로, 조선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제작됐다. 현재 전국에 약 120여 점이 전하며, 이 가운데 국보 7점, 보물 55점이 포함돼 있다. 이번 국보 지정은 1997년 7점의 괘불이 동시에 지정된 이후 약 30년 만이다. 국가유산청은 "화기(畵記) 등 기록을 통해 제작자와 제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 5월부터 기름값 오름세 유류세 인하 폭 축소에 5월부터 기름값 오름세

  •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했던 카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탑승했던 카트입니다’

  • 옷가게는 벌써 여름준비 옷가게는 벌써 여름준비

  • 책 읽기에 빠진 어린이들 책 읽기에 빠진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