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
얼마 전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 홀로 살던 80대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돌아가신 지 9시간이나 방치된 전형적 독거노인 고독사였다. 지난해 한 지방에서도 60대 독거노인이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시신 상태로 봐서 수개월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고독사뿐만 아니라 고령치매환자가 부쩍 늘어 오랜 기간 간병에다 생활고에 지친 배우자나 자식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줄을 잇는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토인비의 칭찬에 너무 자만한 것은 아닐까. 노인부양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고 국가 예산을 산업개발부문에만 쏟아부은 나머지 심각한 노인문제와 초고령사회의 복지폭탄이라는 역공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토인비의 칭찬 속에는 한국의 효가 영원히 지속가능하도록 정부가 잘 관리하고 지원하라는 뜻이 함축돼 있다. 과거 상당수 학자와 정치인들은 한국의 고도경제성장의 동력 중 하나를 가벼운 노인복지비용에서 찾았다. 당시 서구에서는 국가 예산의 상당 부분을 노인복지에 쓰는 데 비해 한국은 가족이 대신 떠맡아주기 때문에 정부가 산업개발에 전념할 수 있다고 자랑스레 떠들어댔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석학도 인정한 미덕이라며 슬그머니 토인비를 끌어들였다. 당시에는 맞는 논리였을 수도 있겠지만 누구하나 향후 40년 후에는 인구절벽에 직면하고 자녀에 기대지 못하는 독거노인이 급증하는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 IMF의 직격탄까지 떨어지자 가정파괴는 가속페달을 밟았다.
유성구에만 독거노인이 6000명이나 된다. 상당수 경제능력이 빈약하고 의료서비스가 곁을 지켜줘야 하는 분들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남성의 경우 60세를 넘기지 못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평균수명이 20년은 족히 연장됐다. 부모부양은 자식들이 알아서 할 미덕이라고 외면했던 정부가 뒤늦게 노인복지에 개입하려니 여간 버거운 게 아니다. 가족의 보살핌에 기대지 못하고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고 해서 노인복지를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중앙정부·지방정부 가릴 것 없이 현실 여건에 따라 노인복지에 좋은 시스템이 있다면 즉시 적용해야 한다. 특히 저비용 고효율시스템이 가능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한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ICT는 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의 합성어로 정보기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생산·가공·보존·전달·활용하는 모든 기술이다. 마침 유성구는 한밭대학교의 도움을 받아 ICT를 활용해 불우독거노인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스마트안부케어사업'을 6월부터 시작한다. 이 사업은 ICT 기기를 어르신 신체에 착용하면 맥박과 체온 등 신체 정보가 컴퓨터·휴대폰 등으로 전송되는 시스템이 핵심이다. 신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기 때문에 심장마비 등 응급상황 발생시 골든타임 내에 119출동 등의 신속대처가 가능하다. 스마트안부케어의 시범사업이 효과가 입증돼 사업을 확대하면 어르신의 건강관리는 물론 관련 산업과 전문인력 양성 등 일자리 창출에도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성구는 대덕특구의 우수한 ICT기술력을 앞세워 좀 더 다양하고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미래의료기술인 스마트헬스케어 사업을 적극 장려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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