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山에
山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지난 주말 보문산에 갔다 내려오는 길에 쑥을 뜯었다. 제법 규모가 큰 묘가 서너 기 되는 곳인데 아주 조용했다. 사람 길에서 약간 떨어졌는데도 적막감이 감돌았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열심히 쑥을 뜯는데 서늘한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뺨을 간질였다. 고개를 들어 숲을 보니 바람결에 벚꽃이 날렸다. 꿈인가, 현실인가. 오직 새소리만 들렸다.
그건 새들의 합창이었다. 이렇게 새들이 많나? 새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저마다 새들은 제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오전의 햇살이 나무 사이로 눈부시게 비추었다. 연녹색 새싹이 돋아나고 노란 민들레와 제비꽃은 대지를 수놓았다. 봄의 향연이었다. 겨울이 가고난 후의 봄의 생명력. 삶에 대한 무한 긍정이 내 몸의 세포를 일깨웠다. 꽃이 피고 지는 계절의 순환을 노래한 김소월의 시는 현재도 생동감있게 다가온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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