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역설의 논리, 평화와 전쟁 그리고 취업과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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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역설의 논리, 평화와 전쟁 그리고 취업과 창업

최종인 한밭대 교수·혁신클러스터학회장

  • 승인 2019-04-29 11:05
  • 신문게재 2019-04-30 23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최종인
최종인 한밭대 교수·혁신클러스터학회장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 이 라틴어 문장은 로마인 베게티우스의 논문 '군사론'에 나온 명언이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1년 전 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온 두 사람, 황윤길과 김성일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한다. '일본이 공격해 올 것으로 본다'는 입장과 '그런 낌새를 발견 못했다'고 보고한다. 나중에 서애 류성룡이 학봉 김성일에게 '다르게 말하는데 만일 병화가 있으면 어찌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온 나라가 불안에 빠질 것을 걱정하고 진영논리에 따라 반대로 답했고, 결국 그 주장은 평화보장에 실패했다. 민심이반을 걱정해 현실을 외면하고 안보에 실패한 결과, 백성이 겪은 피해는 참혹했다. 그래서 미리 징계해 후환을 경계한다는 '징비록'은 지금도 우리에게 절실하다.

이 말을 변형해서 '취업을 원하거든, 창업을 준비하라'로 바꾸어 생각해 본다. 평화를 위한 전쟁준비 만큼이나 취업을 위한 철저한 창업준비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창업에는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위험요인들이 도사리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가적 대학'을 비전으로 삼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경기하락, 채용규모 축소, 경력직 중심 채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 등이 더해지면서 앞으로 취업의 문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올 초 경제성장률도 전 분기 대비 0.3% 마이너스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 원인이 수출과 투자의 동반 부진으로 10년 만에 최저치라 취업난은 더욱 우려된다.

이 같은 위기 속에 정부의 취업과 일자리창출 노력도 창업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대학창업교육 강화 및 대학발 창업정책에도 그 전략이 잘 나타난다. 2013년 제1차 대학창업교육 5개년 계획 그리고 2018년 2차 계획이 교육부, 중기부, 과기부 등이 공동으로 설계됐다. 1차 계획은 대학의 창업교육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이었고 2차 계획(2018-2022)은 이를 고도화, 대학을 지역사회 창업의 허브역할까지 가도록 하며, 최근 '캠퍼스 혁신파크'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미국 클러스터인 RTP내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센터니얼 캠퍼스'가 그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훔볼트의 지적대로 '대학은 미래의 유토피아를 선취하는 소우주'임을 인정한다면 창업관련 다음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무슨 독특성을 갖고 창업할 것인가? 둘째, 누가 목표고객이고 고객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했는가? 셋째, 왜 고객은 내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해야 하는가? 이미 세상에는 우수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와 있는데도 말이다. 이 세 질문과 비즈니스모델은 창업교육과 실천에 그대로 묻어나야 한다. 지난 4월중순 교육부 주최 '기업가적대학 워크숍'에서 보듯 이제 대학은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기업가적 대학'을 비전과 전략에 포함해 실천하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이다. 그래서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듯 취업을 원하거든 기업가정신과 창업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바로 '창업 징비록'이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이유이다. 최종인 한밭대 교수·혁신클러스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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