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공직사회의 돌쇠와 놀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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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공직사회의 돌쇠와 놀쇠

윤희진 경제사회부장

  • 승인 2019-04-24 16:45
  • 수정 2019-04-24 16:50
  • 신문게재 2019-04-25 23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1윤희진(온라인용)
윤희진 경제사회부장

‘돌쇠’.

흔히 돌쇠 하면 말뚝을 박는 기운이 황소 같은 사람이나, ‘마님’이 흰 쌀밥을 챙겨줄 정도로 특별한 사랑을 받는 이들을 연상한다. 물론,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주인인 ‘현부자 집’에 소작료를 내지 못하는 약자(하인)가 대부분이다.

국어사전에 있는 돌쇠는 사람이 아니다. 돌쇠가 익숙한 건 역사극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부잣집의 잡일을 도맡아 하는 남자 하인으로, ‘마당쇠’와 비슷한 이미지다.

돌쇠를 ‘돌아다니는 하인’이라 하기도 한다. ‘돌’을 분주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는 뜻으로 보면 그렇다. ‘쇠’는 ‘쇤네’에서 왔다. 쇤네는 소인(小人)을 더 낮춰 부르는 말이다. 소인네를 줄여 쇤네가 됐다. 힘이 없는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지만 요즘 돌쇠의 이미지는 많이 달라졌다. 낮은 곳에서 묵묵히 우직하게 맡은 일을 해내는 돌쇠도 많다. 핍박만 받던 시대의 나약한 돌쇠가 아니라 민들레처럼 잡초와 함께 땅을 지키는 묵직한 존재로도 자주 등장한다.

‘놀쇠’.

요즘엔 ‘놀쇠’가 많아지고 있다. 놀쇠 역시 국어사전에 정확한 개념은 없다. 다만 ‘놀’ 자는 흔히 ‘놀고먹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다시 말해, 놀고먹는 쇤네인 셈이다. 도대체 어떻게 쇤네가 놀고먹을 수 있을까.

그런데 유심히 들여다보면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놀쇠가 많다. 놀쇠를 먹여주고 보살펴온 주인들이 더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는 사이 주인집에는 놀쇠만 늘고 있다. 주인이 뜨거운 논밭에서 일하는 사이, 떡 하니 시원한 대청마루만 차지하고 있는 꼴이다.

일을 해야 하지만 하지 않는다. 불만은 쌓이고 있는데, 못 본 척한다. 중요한 대소사는 대부분 미루거나, 맡겨 버린다. 선택을 해야 하고 결정을 해야 하지만, 뒤에 숨어 눈치를 살피거나 방패막이(자문기구 성격의 각종 위원회)에 의존하고 있다. 책임지기 싫다는 얘기다.

다른 돌쇠들은 평생 꿈도 꾸어 보지 못한 고액 연봉의 높은 자리를 하루아침에 차지한 후 영화를 누리다가 어떻게 하면 또다시 놀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에만 관심이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요즘에도 돌쇠와 놀쇠의 공통점은 하나가 있다. 바로 같은 주인을 모시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양반'으로 불리는 이들이 먹여주고 재워주던 주인이었다면, 지금은 민(民)이 주인이다.

그만큼 ‘쇠’들이 일을 제대로 잘하는지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보다 앞서 놀쇠가 가장 무서워해야 하는 건 돌쇠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돌쇠’와 ‘놀쇠’는 확연히 구분되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돌쇠의 묵묵함을 ‘높은 자리’ 하나 차지했다고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두머리가 놀쇠이면 돌쇠도 결국 놀쇠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선 지방자치 7기 출범 1년이 다가오고, 2020년 4·15 국회의원 총선거(21대)는 1년도 남지 않았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수많은 ‘쇠’들이 돌쇠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유권자는 약속을 믿고 선택했다. 선택받은 돌쇠의 우두머리는 여러 명의 작은 돌쇠들을 데리고 함께 입성했다.  

 

그런데 그 돌쇠들이 놀쇠 놀이에 빠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주요 정책을 뒤흔들며 군림하고, 일부 놀쇠는 더 좋은 자리(총선)까지 넘보고 있다고 한다.

첫 마음 변함없이, ‘돌쇠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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