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다문화 인터뷰] "대전 결혼이주여성, 외국인들에 '든든한 한국생활 도우미'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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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다문화 인터뷰] "대전 결혼이주여성, 외국인들에 '든든한 한국생활 도우미' 되고파"

대전시청 민원실 다문화 상담 창구 박정매·이홍매 주무관
영주권 취득, 생활, 법률 등 다양한 민원 상담·해결 도와
필리핀 유학 경험, 결혼이주여성 선배로서 어려움 공감도
"편견 없이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행복한 사회 됐으면"

  • 승인 2019-04-24 14:59
  • 신문게재 2019-04-25 11면
  • 조경석 기자조경석 기자
박정매, 이홍매
대전시청 2층 민원실 다문화 상담 창구를 담당하는 박정매<왼쪽> 주무관과 이홍매 주무관.
지난 19일 오후 대전시청 2층 민원실. 다문화 상담 창구의 박정매, 이홍매 주무관은 분주해 보였다. 쏟아지는 전화 상담에 시청을 찾는 외국인들을 돕다 보면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이처럼 바쁜 와중에도 두 사람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외로운 타지 생활과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대전을 찾는 외국인들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든든한 한국 생활 도우미'가 되고 싶다는 '매 자매' 박정매, 이홍매 주무관을 만나 봤다. <편집자 주>



영문학을 전공한 박정매 주무관은 관련 강의를 하면서 상담 업무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박 주무관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한남대 대덕한남영어연극꿈나무캠프 강의를 맡았다"며 "주요 참여 대상이었던 저소득층 아동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누군가의 어려움을 듣고 도울 수 있는 상담 업무에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리핀 유학 경험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홍매 주무관은 '결혼이주여성' 선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 하얼빈에 살다가 한국인과 결혼하면서 대전에 정착했다. 이 주무관은 "처음에는 한국어도 못하고 한국 시댁 가족들과 문화적 차이도 느꼈었다"며 "이런 문제로 상담하러 오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공감을 많이 해주고, 언니 같은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전했다.

박정매
서류를 검토하는 박정매 주무관.
이홍매
전화 상담 중인 이홍매 주무관.
두 사람의 주된 업무는 통·번역이다. 박정매 주무관은 영어를, 이홍매 주무관은 중국어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 박 주무관은 "필리핀 결혼이주여성들을 가장 많이 만나고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과테말라 등에서 온 사람들을 상담했다"며 "담당이 영어다 보니 미국, 캐나다 등 북미권에서 온 영어강사나 유학생들의 통역도 자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영어, 중국어 이외의 언어는 대전 내 5개 다문화센터에서 담당한다. 대전시의 120 다누리콜센터에도 13개 언어의 통역사가 상주하고 있다.



두 사람은 '만능 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 내 외국인들의 생활, 교육 등 다양한 민원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상담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관련 기관 연계와 통역이 가장 기본이지만,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을 경우 직접 알아봐 주기도 한다.

이홍매 주무관은 "민원도 외국인 등록, 영주권 취득부터 법률상담까지 정말 다양하다"며 "각종 서류도 파악해야 하고, 기관과 외국인 양 쪽을 오가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통역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가장 많이 들어오는 상담은 국제결혼 관련 내용이다. 박 주무관은 "다양한 형태의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배우자 국가에서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두 주무관이 가장 많이 상담하는 사람은 역시 대전 내 결혼이주여성들이다. 이홍매 주무관은 결혼이주여성들은 시기별로 다른 고충을 겪는다고 이야기했다. 이 주무관은 "입국 초기엔 아무래도 언어의 어려움이 가장 크다"며 "말이 잘 통하지 않다 보니 남편, 시댁과 오해가 쌓여 불화가 된다"고 했다. 이 시기를 지나면 자녀를 양육하면서 또 다른 벽에 부딪힌다. 한국말이 능숙하지 않아 육아 정보를 접하기도 쉽지 않고, 아이도 언어 발달이 지연되면서 학교생활에도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박정매 주무관은 결혼이주여성들의 취업을 문제로 꼽았다. 박 주무관은 "결혼이주여성들은 언어 문제로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며 "한국어가 비교적 능숙하고 취업 훈련을 받았더라도 외국인을 채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 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고학력 결혼이주여성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점도 우려했다. 모국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았지만 동남아시아 사람에 대한 편견이 크다는 거다. 박 주무관은 "전에 필리핀에서 대학까지 마친 여성에게 영어강사 자리를 소개하려 했지만 학원 측에서 백인 강사를 원해 결국 무산됐다"고 했다.

10년 가까이 다문화 상담 창구에서 일하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사람도 있었다. 박정매 주무관은 한국인 친부모를 찾기 위해 대전에 온 노르웨이 입양 여성을 떠올렸다. 박 주무관은 "동구 문창동에 살았다는 기억과 부모님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다"며 "결국 부모를 찾진 못했지만 문창동 주민센터와 함께 찾는 과정을 계속 도왔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홍매 주무관은 한 중국인 여성에게 마음이 쓰였다. 여성은 한국인 남편과 이혼한 후 중국에 있는 친딸을 한국에 데려오고 싶어 이 주무관을 찾았다고 한다. 이혼하면서 한국 국적 신청도 무산된 데다 일을 하면서 손가락이 잘려 산업재해 신청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주무관은 "한국에 혼자 남았고 당장 취업도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딸을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며 "같은 엄마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두 주무관은 일이 쉽진 않지만 보람이 크다고 말한다. 박정매 주무관은 "꾸준한 상담을 통해 가족 문제가 해결됐다는 감사 편지나 이메일을 받을 때 뿌듯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박 주무관은 한 필리핀 여성에게 받은 감사 편지도 공개했다. '친절하고 전문적인 상담에 감동을 받았고 많은 도움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이홍매 주무관은 "상담이 끝난 후 직접 전화해 감사 인사를 전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박정매 감사편지
박정매 주무관이 상담했던 필리핀 여성에게 받은 감사 편지.
박정매, 이홍매 주무관은 '모두 어울려 살 수 있는 행복한 사회'가 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

박 주무관은 "결혼이주여성, 대전 내 외국인들의 어려움이 더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연계 기관과의 협업이 원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주무관은 또 "다문화 가정 자녀가 초등학교 때 한국사회 정착에 실패하면 결국 사회 부적응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처음부터 관심을 가지고 케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홍매 주무관은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민자에 대한 편견에서 오는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며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이해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려면 우리가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조경석 기자 some7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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