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울타리 쥐똥나무꽃도 필 것이다. 그 향기가 얼마나 달콤한지 알까. 얼핏보면 꽃으로 안 보이는데 벌들이 달라붙어 윙윙거려 비로소 아, 꽃이구나 알게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라일락꽃의 향기다. 옅은 보라색을 띤 라일락꽃의 향기를 맡으면 현기증이 날 것 같다. 인공적인 향수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윽한 향기. 자연의 선물이다.
대학 4학년 올라가자 마자 휴학을 했다. 몸도 아프고 또 학교 다니기 싫어서 핑곗김에 쉬기로 했다.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 받고 나온 때가 4월말이었다. 거리 상가에서 크게 튼 음악은 온통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이었다. 병원에 있다 갑자기 나온 세상은 찬란한 봄 햇살과 이 노래로 난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내 몸과 정신과 세상은 불협화음으로 난 외계에서 온 외계인 같았다. 엄마랑 시골 집으로 보따리를 들고 '낙향'하는 무국적자 신세. 상가 앰프에서는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이 끝없이 흘러나오고, 무심한 봄은 나와는 별개였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 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이맘 때만 되면 대학 시절의 세상과 불화한 내가 떠오른다.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어 불안한 청춘의 한 시절.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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