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
프랑스 국민도 화마에 휩싸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보며 비슷한 심정을 느꼈을 것이다. 성당이 불타는 모습을 바라본 지구촌의 허탈감과 상실감은 대단했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유럽 고딕 양식의 건축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1345년에 축성식을 열었고 나폴레옹 황제 대관식 등 프랑스의 중요한 역사가 펼쳐진 무대다. 아울러 빅토르 위고가 발표한 소설 '노트르담의 꼽추' 무대로도 유명하고 지금도 하루 평균 3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다.
전면 광장에는 근대 프랑스의 출발을 알린 프랑크 왕국 샤를마뉴 대제 동상이 있다. 이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현대 프랑스에서 어떤 상징을 지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행히도 2개의 종탑은 소실을 면했다. 또한 대성당에 보관돼 있던 귀중한 '가시면류관'과 13세기 프랑스 왕인 성 루이가 착용한 튜닉을 포함한 주요 작품들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프랑스 국민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며 속히 재건되기를 기도한다.
이번 정부 들어 자살,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으로 인한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39년 만에 무재해운동을 폐기하는 등 산재 예방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국민의 안전에 대한 정신적 심리적 요구수준은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준하나 실제로 안전인프라는 1만 달러 정도의 수준밖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현장의 전문인력 시스템이 붕괴되고 기반 시설은 내구연한 및 수명을 초과하면서 노후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안전규제는 점점 완화되면서 그만큼 위험은 고도화, 복합화, 대형화, 집적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봄철에는 안전사고를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사가 많은 봄철에 가스 안전사고가 가장 많은데 절반 이상이 주택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사를 하면서 가스 막음 조치 미비로 인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또한 지게차는 우리 산업현장에서 중량물을 취급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장비다.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지게차로 인한 사망자가 연 34명이고 부상자가 연1144명이나 될 정도로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속히 표준화된 지게차 안전관리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안전은 이제 개인이 아닌 사회가 책임져야 할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안전사고는 가장 취약한 곳에서 발생하므로 기본과 원칙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안전은 선택이나 배려가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이며, 누구든지 안전을 기본 권리로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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