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교수 |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가 스크린 결함 논란과 5G 품질 불만 속에도 예정된 스케줄대로 미국에는 이달 26일부터, 유럽에는 다음 달 3일부터 정식 출시된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대가 막을 올리기 시작한 지금,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폴더블 디스플레이로 시장의 선두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주목을 받으면서 후발주자들과 경쟁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 전까지 삼성전자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였다. 이미 선두주자가 선점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서 선두를 따라잡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수많은 기업도 선두주자 추격에 나섰지만, 삼성전자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주자 애플의 추격자였던 삼성이 택한 것은 콘스탄티노스 마키데스(Constan tinos Markides) 교수가 얘기한 '신속한 2등(Fast Second)' 전략이었다. 앞서가는 선두주자보다 더 빨리 혁신을 수용하고 시장표준을 신속하게 장악하는 전략이었다.
삼성전자가 이제 애플의 추격자에서 선두주자로 비상하게 되는 비밀에는 바로 '속도'가 있었다. 이병철 회장에서 시작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속도경영'은 삼성전자의 DNA이자 무엇보다 중요한 경영방침이었다.
MS의 빌 게이츠도 속도를 매우 강조했다. 그는 '조직의 속도'를 넘어 '생각의 속도'를 높이라고 강조하면서,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는 속도를 중요시하는 경영방침으로 삼았다. 시장에서 경쟁자에 앞서가기 위해서 제품의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기보다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먼저 출시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물리학에 ‘E=1/2mv’라는 운동에너지 공식이 있다. 이 공식을 기업경영에 비유하면 에너지(E)는 기업의 경쟁력, 질량(m)은 회사 규모, 속도(v)는 시장에 반응하는 속도를 뜻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회사 규모에는 정비례하지만, 시장에 반응하는 기업의 속도에는 제곱 비례함을 의미한다.
국가 경영에도 속도는 기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약 800년 전, 칭기즈칸은 많아야 100만 내지 200만에 불과했던 몽골 유목민을 이끌고 100배에 이르는 아시아, 유럽, 이슬람 3대 문명권의 1억 또는 2억명을 정복했다.
백 배가 넘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속도를 강화하지 않으면 절대 그 같은 정복은 불가능했다. 칭기즈칸은 속도를 올리기 위해 모든 것을 경량화, 간소화, 휴대화했다. 몽골 군사들의 신기에 가까운 마상술(馬上術), 가볍지만 알찬 비상식량인 보르츠(육포), 갑옷 대신 옷 안에 일종의 스프링만 있는 허름한 군복도 속도를 중요시 한 사고에서 비롯됐다.
이런 몽골군대에 비하면 적의 군대는 정착민 군대로 '농부 군대'나 다름없었다. 속도에서 절대 우위를 점한 몽골군대는 거짓 후퇴하면서 적을 유인한 뒤 갑자기 돌아서서 공격하는 기습 전략과 매복 전략에 능했다. 기동력을 이용해 적의 중심부를 집중 공격하는 '송곳 전략'으로 적의 진영을 순식간에 허물어뜨릴 수 있었다.
최근 마약 스캔들에 연루된 연예인들과 재벌 가문의 후손들에게는 인기나 재물이 그들에게 너무 무거웠을지 모른다. 성범죄를 포함한 각종 부정부패에 연루된 권력자들과 일부 정치인들에게는 권력의 무게가 버거웠음이 틀림없다.
살 같이 흘러가는 이 속도의 시대에,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는 인기나 재물, 권력의 무게에 짓눌리느니 이들의 무게를 좀 더 경량화하고 간소화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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