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을 만나다] 하얼빈 의거 110주년, 안중근의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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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을 만나다] 하얼빈 의거 110주년, 안중근의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
하얼빈과 대련 안중근 역사적 시간 따라가
안중근 가족들 항일 독립운동의 한축 평가
남북과 중국 공동노력으로 유해 발굴 해야

  • 승인 2019-04-21 21:48
  • 수정 2019-04-22 10:29
  • 신문게재 2019-04-22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기념관
하얼빈역 1번 플랫폼. 세모 표석은 안중근 의사의 자리, 네모 표석은 이토 히로부미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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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사 시간인 9시30분에 멈춘 시계

자오린공원에서 하얼빈역으로, 뤼순감옥에서 관동법원까지 도마 안중근의 시간을 따라가 봤다. 

올해는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10주년, 순국 109주년을 맞이하는 의미 있는 해다. 조국을 향한 장부의 강인한 마음, 시대를 관철하는 혜안. 그가 후대에 남긴 것은 독립운동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애국정신에서 비롯됐다. 봄이 시작되고 있던 4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주최한 ‘안중근을 만나다’ 체험 연수가 중국 하얼빈과 대련에서 진행됐다.

우리는 이곳에서 안중근의 정신을 다시 되새겼고, 머지않은 미래에 풀어야 할 과제에도 직면했다. 이렇듯 안중근의 시간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효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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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가 거사 계획을 세웠다는 자오린공원에 세워진 비석. 청초당은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쓴 유묵으로 풀이 푸르게 돋은 못가(넓고 오목하게 팬 땅에 물이 괴어 있는 곳)라는 뜻이다. 봄에 풀이 돋아나듯 우리나라의 독립도 곧 다가올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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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역사적 장소인 하얼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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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재개관한 하얼빈역 내 안중근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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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기념관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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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송되고 있는 안중근 의사.

*오전 9시 30분 하얼빈역, 세 발의 총성

중국 동북 3성 중 하나인 헤이룽장성 하얼빈역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광장 왼편으로 돌아서면 작은 문이 하나 있다. 역 광장은 확장 공사로 번잡했지만, 이곳만큼은 세월이 얼어붙은 냥 고요한 침묵과 비장함이 감돈다. 지난 4월 1일 재개관한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이다.

기념관은 안중근의 생애와 사상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기존 기념관보다 2배 넓게 확장했고, 거사 장소를 바로 내려다볼 수 있도록 전시관 구성에도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중국에는 조선인으로는 유일하게 안중근 의사와 정율성 작곡가의 기념관이 있다. 이는 일본의 제국주의에 맞선 안중근을 향한 중국인들의 존경심인것과 동시에 근대사 속 조선인을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숨은 의도까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안중근 의사의 동상과 거사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가 9시 30분에 멈춰있다. 전시관 입구는 안 의사가 동료들과 거사 계획을 세우고 마지막 사진을 촬영한 곳으로 알려진 하얼빈 자오린공원 입구를 형상화했다.



전시관을 반쯤 돌면 하얼빈역 1번 플랫폼이 유리막 건너편으로 훤히 보인다. 이곳이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30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세 발의 총탄을 쏜 바로 그 역사적 장소다.

안중근 의사의 자리는 세모 표석으로, 이토는 네모 표석으로 명확히 구분돼 있는데 이 두 사람의 거리는 성인 발걸음으로 겨우 여덟 걸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안중근 의사가 쏜 세 발의 총탄은 동양평화를 깬 일본의 심장을 향해 날아가 박혔고, 항일투쟁의 상징으로 남게 됐다.

주은래(周恩來) 중화인민공화국 초대 총리는 후일 “청일전쟁 후 중국과 한국 양국 국민의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 투쟁은 금세기 초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때부터 시작됐다”며 그의 공적을 치하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장은 “안 의사는 의거 후 살아가는 표상으로 한국과 중국에서 존경의 대상이 됐다. 1909년부터 20년대까지 중국에서도 정신적인 미친 영향력은 매우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사는 거사 후 러시아에 체포됐고, 일본의 요청에 따라 일본 관군에게 넘겨져 대련 뤼순감옥으로 이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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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사 공판에는 300여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 입장권을 발부 했을 정도다. 오른쪽 끝이 안중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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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 뤼순감옥. 회색 벽돌은 러시아가 지었고, 빨간 벽돌은 일본이 새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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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독방. 하얼빈 의거는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이로 인해 일본은 안 의사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독방을 주는 특별대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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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순감옥은 1902년 러시아가 지었지만, 이후 일본이 1907년 러일전쟁 승리 후 증축했다. 간수대에 올라서면 방사형 구조인 세 개의 동을 모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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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 신채호는 35번, 우당 이회영 선생은 36번 방에 수감됐었다. 감방 1곳 당 최대 9명의 인원이 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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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가 교수형을 당한 곳이다. 무거운 침묵만이 이곳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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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에게 헌화하고 있는 한국기자협회 회원들.

*오전 10시 뤼순감옥 ‘위국헌신 군인본분’

대련 뤼순감옥은 안중근을 비롯해 단재 신채호, 우당 이회영 선생이 수감되고 순국한 곳이다. 부역을 나가기 전 수감자들의 옷을 검사하던 옷걸이, 햇볕이 들지 않는 암방, 수감자들의 번호표, 고문 도구 그리고 이 모든 역사를 알고 있다는 듯 숨죽이고 있는 아카시아 두 그루까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안중근 의사의 독방과 사형장은 뤼순감옥의 상징이다.

안 의사는 국사범이었지만 침대와 책상이 있는 독방을 받을 만큼 일본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안 의사는 총 6번의 공판을 받았다. 뤼순감옥과 관동법원을 오가며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15가지의 이유를 들며 정당함을 역설했으나 일본군은 극비리에 사형을 결정한다.

햇살 한 줌도 들어오지 않았을 사형장은 여전히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관동 법정은 오히려 패기와 의연한 절개가 느껴졌다.

안중근 의사는 1910년 3월 26일, 하얼빈 의거 후 6개월 만에 순국한다. 안 의사는 사형 집행 5분 전 ‘나라를 위하여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이라는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 유목을 쓰고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영국 더 그래픽 찰스 모리머 기자는 당시 공판 관람기를 통해 “이 세계적인 재판에서 승리자는 안중근이었다. 그는 영웅의 월계관을 쓰고 법정을 떠났다. 그의 진술을 통해 이토 히로부미는 한낱 파렴치한 독재자로 전락했다”고 기록했다.

정춘매 뤼순일본관동법원 유적진열관 부관장은 “뤼순감옥과 관동법원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목적은 결국 평화에 있다”며 동양평화론을 강조한 안중근 정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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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기념관에서 단체 사진

*영웅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 안중근가 사람들

오롯이 안중근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니 영웅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 

안중근의 아버지와 어머니, 두 동생과 사촌들까지,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대한 독립을 위해 헌신해 왔다.

평화경제연구소장이자 ‘안중근가 사람들’의 공동 저자인 정창현 소장은 “안중근 일가를 아는 것은 우리 독립운동의 역사를 모두 아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근과 공근, 안 의사 면회를 왔던 그때만 해도 두 동생은 철부지였다. 형이 타협하고 살아 돌아오길 바랬다. 그러나 형의 공판 과정을 보면서 일본의 잔혹성, 나라 없는 설움을 느꼈고 이후 임시정부의 양축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한다.

안정근은 우리나라 최초의 적십자 단체 회장을 맡았고, 공근은 김구 선생이 오른팔로 항일애국단으로 활동한다. 윤봉길과 이봉창 선생의 마지막 사진을 찍은 곳도 공근의 집이고, 그의 아들 안낙생이 사진을 찍었다. 사촌인 안춘생은 초대 독립기념관장을 맡았다.

정창현 소장은 “안중근 집안을 보면 임시정부도 있고 사회주의로 물든 동북항일전도 있고, 해방 이후 정권에 참여했거나 반대한 사람들까지 다양하게 섞여 있다”며 “분명히 옥의 티는 있지만, 안중근 의사가 뿌린 씨앗이 가문으로 이어지고 현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가문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안중근가 사람들은 대부분 역사적으로 중심에 서 있었지만, 남북으로 이념이 갈라지면서 이 또한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없게 된 비운의 시대에 살았던 셈이다.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유해발굴은 현 시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유해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현재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사실상 유해 발굴은 어렵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대련대 동북사연구센터 최봉룡 교수는 “안 의사 유해는 법대로 하면 유족들에게 돌려줘야 했다. 당시 사형보고서를 보면 원본이 아닌 초록한 것을 알 수 있다. 사형보고서를 추적해서 유해 발굴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굴은 시기상조지만 공동발굴위원회를 발족하고 자료를 공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만, 안 의사의 유해를 찾는 것을 정치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중국 하얼빈·대련 이해미 기자 ham7239@ 

한국언론진흥재단 c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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