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노무사. |
만약 회사에 입사했는데 내 의지와 상관 없이 근로조건이 변경된다면? 상상하기도 싫을 것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그러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표다.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엔 그 노동조합이 근로자 대표가 되며,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가 근로자대표가 된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별도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다면 사업 또는 사업장 전체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선출해야 하는데, 근로기준법상 별도의 선출 절차가 규정돼 있지 않다. 아이러니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근로자 대표의 선출 방식이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니.
물론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일정 부분 가이드 되고 있으나, 미흡한 면이 없지 않다.
그 중 하나가 근로자 과반수의 범위를 산정하는 기준이다. 현재는 사업 또는 사업장을 기준으로 그 사업장 전체 근로자가 기준이 된다. 사업장이 장소로 분리돼 있더라도 전체를 기준으로 하며, 예외적으로 각 사업장마다 인사, 노무, 회계 등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는 경우에만 각각을 독립된 사업으로 보기는 한다.
사업주가 우월적 지위에서 지점, 출장소 등의 근로자들에게 접촉해 근로자대표를 선출해 근로조건을 낮출 수 있도록 본사와 지점간 이동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일면 타당성이 있는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급사업만을 영위하는 근로자들을 배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콜센터 위탁 도급업무를 주된 사업으로 하는 A 업체가 서울(도급사:B사-50명)과 부산(도급사:C사-10명)에 각각 콜센터 도급업무를 위탁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의 근로자대표 선정기준에 의하면, 60명을 전체근로자로 봐 근로자대표를 선정해야 그 적법성이 인정된다. 아마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자대표를 선출하게 되면, 서울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에 근로자대표가 선출될 확률이 매우 높다.
부산에 일하는 직원들은 같이 일하지도 않는 근로자대표가 사용자와 합의한 내용에 따라 변경되는 근로조건을 영문도 모르고 수용해야만 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
이에 필자는 도급사업주가 각각 다른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대표를 선정함에 있어 전체 근로자의 선정 범위를 각 사업장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또한 근로자 대표가 도입해 운영할 수 있는 제도에 해당한다. 조속히 개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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