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신윤복의 이부탐춘과 개사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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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신윤복의 이부탐춘과 개사돈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4-1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개사돈
신윤복 그림 '이부탐춘'
봄이 뜨락을 차고앉기 시작하면 온갖 생명체들이 기지개를 켠다. 새로운 세상은 새 생명의 잉태를 뜻하기도 한다. 생명체들은 자손을 통해 훗날을 준비한다.

울안에 봄볕이 가득하다. 꽤 부잣집인 모양이다. 기와 얹은 담장 너머엔 봄꽃이 만발하고, 그 아래 새들이 지저귀며 서로를 희롱한다. 앞에는 개가 엉덩이를 맞대고 있다. 마당 가운데, 고목이 된 소나무 등걸에 두 여인이 걸터앉아 있다. 댕기 머리 소녀가 소복 여인의 배 위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있다. 눈을 떼지 못한다. 신윤복(申潤福, 1758 ~ ?)의 그림 「이부탐춘(?婦耽春)」이다. 혜원(蕙園)은 화제의 정신을 그려내는데 귀재이다. 전체를 보고, 이어서 그림을 소상히 살펴보자. 봄 이야기가 가득하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다.

자랄 때 암수컷이 서로 교미하는 것을 흔히 보았다. 물론 그때는 몰랐다. 놀이 정도로 생각했다. 종족을 잇고 번식시키려는 생명체의 눈물겨운 노력이라는 것을 훗날에야 알았다. 생식을 위한 암컷과 수컷의 교합을 흘레라고도 한다. 잠자리가 꼬리를 맞댄 채 업고 난다. 수탉이 암컷의 벼슬을 물고 올라타 엉덩이를 흔들다 내려온다. 수토끼는 암컷 등에 올랐다 내려와 으스댄다. 대부분 그렇고 그렇다. 특별한 것이 있다. 개는 오랫동안 엉덩이를 맞대고 떨어지지 않는다. 심술 사나운 여인네가 뜨거운 물을 끼얹기도 했다.

개는 오랫동안 붙어있다. 까닭에 정력이 세다고 생각, 보신제나 정력제로 잘못 알려져 있다. 몇 가지 설이 있으나 그와는 관계가 멀다. 안전한 방법을 강구 하는 것일 뿐이다. 완벽한 잉태를 위해 정자를 몇 번에 나누어 방출한다고 한다. 그러한 과정에 시간이 좀 필요한 것이다.



흘레뿐인가? 모든 생명체를 대하는 시각과 생각이 사람 중심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인간 본위의 행태가 재앙을 불러올 위험은 다분하다. 조작 실수로 지구 생태계가 혼란스러워진다는 문제가 곧잘 제기된다. 공상 영화가 현실화되는 사실도 많이 보아왔다.

주위를 살펴보자. 자연상태라면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산란계는 엄청난 알을 낳는다. 젖소는 지나치게 많은 우유를 생산한다. 젖소가 우리의 대리모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양은 사람이 관리해주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털이 자란다. 뿐인가 식물들도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 인지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은 부분이다.

개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상태의 개와 다르게 우리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다. 활용 부분도 엄청나게 많다. 이제 반려견이라 부른다. 동반자가 된 것이다. 우스개로 시아버지가 우선순위에서 개에게 밀렸다고 한다. 보조적이거나 부실한 것을 이름 붙일 때 '개' 자를 붙였다. 말도 전부 바꾸어야 할 판이다.

자기네 개가 인물이 훤해 아무 개나 어울리면 안 된다고 조신하게 키운다. 조신하게 키울 상대가 아닌데 말이다.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흘레하던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다. 암캐가 암내 나면 10리 안팎의 수캐가 알고 몰려들던 시절은 끝났다. 그러다 보니 정해준 배필과 흘레를 하여야 한다. 개사돈이 되는 것이다. 이래저래 우리는 모두 친인척 간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다. 시 한 편 감상하자.

김형수(1959 ~ , 시인이며 소설가)는 문학에 관한 한 누구보다 치열한 작가이다. 삶과 예술을 하나로 이끌어 가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부여 신동엽문학관에서 빛나는 활동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개사돈

- 김형수

눈 펑펑 오는 날

겨울눈 많이 오면 여름 가뭄 든다고

동네 주막에서 술 마시고 떠들다가

늙은이들 간에 쌈질이 났습니다

작년 홍수 때 방천 막다 다툰

아랫말 나주양반하고 윗말 광주양반하고

둘이 술 먹고 술상 엎어가며

애들처럼 새삼 웃통 벗고 싸우는데

고샅 앞길에서 온 동네 보란 듯이

나주양반네 수캐 거멍이하고

광주양반네 암캐 누렁이하고

그 통에 그만 홀레를 붙고 말았습니다

막걸리 잔 세 개에 도가지까지 깨뜨려

뒤꼭지 내물이에 성질 채운 주모 왈

오사럴 인종들이 사돈간에 먼 쌈질이여 쌈질이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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