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쑥(艾)은 잡초(雜草)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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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쑥(艾)은 잡초(雜草)가 아니다

병역명문가 염재균/ 수필가

  • 승인 2019-04-1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쑥(艾, mugwort)

"밥 잘 먹고 쑥 쑥 자라 거라." 예전에 어른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하던 말이 생각난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땅에서 나와 주변을 쑥대밭이 되게 한다고 하는 말도 있다.

쑥은 그만큼 번식력과 생명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인한 생명력인 쑥은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당하고 물리친 우리민족과 닮았다고 볼 수 있겠다.



고려(高麗)때의 승려이자 학자였던 일연스님이 쓴 고대 삼국 시대의 역사와 전설을 다룬 삼국유사에 보면 단군신화에 '곰이 사람이 되려고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21일 만에 여자가 되었다.'라는 말에도 쑥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쑥의 효능이 뛰어나다는 걸 의미하는 역사적인 첫 번째 기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인 쑥을 살펴보면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따뜻해 내복하거나 쑥 찜, 쑥뜸 등으로 만 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특히 부인병에 좋다고 한다.

이른 봄이나, 음력 삼월 삼짇날, 오월 단오 날에 잎을 채취 해 여러 가지 귀한 용도로 쓰이는 들풀로 마귀(魔鬼)를 내쫓기 위해 쑥 향을 피우고 쑥뜸으로 부인병을 다스리며 나물이나 떡으로도 만들어 먹었다.

시골에서 여름철에 모기가 극성을 부리면 쑥을 말려 불을 피워 모기를 쫓아내는데 사용하기도 했다.

쑥은 농촌 들녘, 길가, 제방, 밭두렁, 휴경 밭, 과수원 언저리, 황무지 등, 양지 등에서 잘 자란다.

쑥은 여러해살이로 땅속 뿌리줄기 마디에서 새순이 '쑥쑥' 돋아나며, 이른 봄 날 일제히 '쑥쑥' 돋아나는 형상과 생태 그리고 그 효용성에서 이름이 기원한다고 하며, 순수 우리말로 야생하는 쑥에 대한 그 생명성과 생태성을 체험하면서 생겨난 극히 절제된 우리 이름으로 쌍떡잎식물 종 가운데 외마디 소리로 불렀던 유일한 야생종이라 한다.

돌아가신 조상의 묘를 추석명절이 있기 전 벌초를 하는 데, 있어야 할 잔디는 별로 없고 잡풀과 쑥대가 무성하게 자라 잡초가 된 이를 제거하기 위해 농기구(삽이나 괭이 등)를 이용하기도 했다.

농촌인구의 감소 및 고령화로 인해 일손이 부족해 밭을 경작하다가 방치하게 되면 수 년 내에 쑥이 우거져 '쑥대밭'이 되어 버린다.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도 지역에 지천으로 자생하는 쑥인 강화 인진쑥을 제일로 치고 있다고 하는데, 춘궁기(春窮期)에 해 먹던 쑥떡과 쑥국을 먹어보면 봄철 떨어진 입맛이 되돌아온다.

미식가들은 봄철의 보양식 중 하나인 도다리 쑥국이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고 하여 많이 찾고 있다.

이른 봄이면 아내와 함께 고향의 들녘으로 잘 자란 쑥을 칼로 베어다가 들깨가루가 듬뿍 들어간 구수한 쑥국을 끓여 먹거나 쑥전을 해먹곤 했다.

쑥이 좀 더 자랐을 때 잎을 채취하여 끓는 물에 삶아 건져 낸 후 방앗간에 가서 쌀과 함께 쑥 개떡을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 먹을 때 마다 꺼내 찜 기에 넣어 해 먹었는데 별미였다.

건강을 위해 대전 근교의 산을 찾아 등산하면서 쑥이 들어간 인절미를 한 봉지 사들고 먹을 때 쑥 향의 맛을 느끼게 된다.

쑥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약초가 될 수 있고, 잡초도 될 수 있지만 효능을 보면 여러 용도로 쓰이는 버릴 것 없는 소중한 식량자원인 것이다.

병역명문가 염재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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