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 저녁 8시경, 모임에 참석 중이었다. 갑자기 군에 있는 아들이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걱정하지 말라고 하니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무얼 걱정하지 말라는 건지 궁금했다.
"엄마, 여기 근처 산에 불이 났는데 지금 눈앞에 불이 보이거든, 조금 더 부대 쪽으로 불이 번지면 모두 대피해야 해서 대기 중이야."
전화를 받을 때만해도 대수롭지 않은 불일 거라고 생각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TV를 켜보니 강원도 속초에 정말 큰 불이 나서 난리였다. 변압기가 터지면서 생긴 불이 강풍을 타고 강원도 일대 산을 다 태우고 그 불이 번져서 속초시내까지 초토화가 되고 있는 중이었다. 갑자기 걱정이 확 밀려왔다. 검색해보니 우리 아들이 있는 부대 도 포함되어 있었다. 전화통화 중에 지금 눈앞에 불이 보인다고 했던 아들 말이 생각이 났다. 그럼 바로 눈앞까지 불이 왔다는 게 아닌가? 조금 더 오면 대피한다고? 부대는 산 속에 있는데 눈앞까지 온 불을 어떻게 피한단 말인가? 강풍까지 불고 있어서 무섭게 불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피하지?
갑자기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해놓고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세월호 사건이 생각났다. 그 사건으로 누구 말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라고 우리에게 각인을 시키지 않았는가. 밤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군부대에서 운영하는 밴드에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서 부대는 무사하다는 공지가 떴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곧 아이들에게 집에 연락을 하도록 하겠다는 공지에 오매불망 아들 전화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날 사무실에 출근을 해서 어제 있었던 일을 사람들에게 이야기 했더니 대부분이 어제 강원도에 큰 불이 났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나랏일에는 관심도 없고 뉴스도 보지도 않는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크게 난리가 난 일까지 모르고 있다니 정말 요새 젊은 세대에게는 본인한테 직접 닥친 일이 아니면 그들에게는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라는 걸 실감했다.
다행히도 이번 강원도 속초 불은 큰 불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저녁에 일어난 일이라 대피가 잘 이루어져서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 군부대은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기 망정이지 정말 큰 일이 일어날 뻔했다.
오늘 뉴스에선 세월호 5주년이라고 추모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아무리 우리가 그들을 위로한들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이번 사건으로 밤새 걱정을 해보니 그들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갔다. 다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만약 사고가 나더라도 신속하게 잘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잘 구축하여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소영/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