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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아 니는 누하고 살고 싶냐
홍쌍리 지음│농민신문사
'진짜 시인들은 시를 언제 어떻게 쓰는지 몰라도, 나는 일하면서 자연과 이야기하다 보면 시도 되고 노래도 되데예. 그런데 나는 왜 자꾸 자연과 이야기하노…. 생각해보니 사람이 그리워서 그런 거 같네예. 어릴 때부터, 시집와서도, 나이 든 지금도, 왜 이리 사람이 그리운지요.'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홍쌍리씨는 해마다 광양매화축제가 열리는 청매실농원 대표로 유명한 매실명인이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전남 광양 백운산 섬진강변으로 시집을 왔다. 가업이 망하면서 빚쟁이들에게 시달렸고, 남편은 화병을 얻어 몸져누웠으며, 자신도 머슴처럼 일하느라 만신창이가 됐다. 그러면서도 오랜 세월 '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이라 여기며 매화나무를 심고 매실 먹거리를 연구했다.
1994년 설립한 청매실농원에서 1995년부터 매년 매화축제를 열어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1997년에는 매실 명인으로 선정됐으며, 1998년에는 대통령상을 받았다. TV와 잡지 등 다양한 매체에 '밥상의 푸른 보석' 매실을 알려왔다. '매실=홍쌍리'라는 등식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는 그렇게 분주하게 일하면서도 틈틈이 글을 쓰고 시를 지었다. 그 중 98편의 시와 노래를 담아 첫 시집을 엮었다.
시집은 매실을 영글게 하는 사계절처럼 4장으로 구성됐다. 1장 '나무처럼 나를 지켜준 이들'에선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다. 인생의 스승이 되어주신 시아버지, 먼저 떠난 남편, 사랑하는 자녀, 친구와 이웃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야야 애미야」라는 시에서 '자식이 팔남매 있어도 니는 내 며느리가 아니라/내 큰아들이다 하시던/우리 아버지'라며 시아버지를 그리는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다.
2장 '한결같이 흙만 보고 산 세월'에서는 자연에 대한 사랑과 농심(農心)에 대한 예찬을 읽을 수 있다. 작가에게 자연은 예술적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평생을 가꿔온 터전이기에, 구구절절 생동감 넘치고 애정 또한 남다르다. 3장 '풀처럼 때로는 흔들렸으나'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엄마 일찍 여읜 딸이라서, 가난한 시집 살림 도맡은 며느리라서, 그리운 임 먼저 보낸 여인이라서 겪은 사연이 아프게 녹아 있다.
마지막 4장 '되리라 아름다운 농사꾼'에서는 내일을 향한 작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인생에 대한 긍정, 미래에 대한 희망, 청춘에 대한 당부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부록에는 작가가 노래로 만든 시 9편을 소개했으며, 작가와 오랫동안 교우해온 지인들의 추천사와 작가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중간중간 실었다. 독특한 감성의 수묵화로 이름 높은 화가 한아롱의 그림과 글씨도 서정미와 운율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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