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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가 신도들에게 우스운 이야기를 합니다. '신도 여러분, 혹시 지옥에 가고 싶은 분 계신가요?' 한 사람도 없습니다. '아, 그럼 천국에 가고 싶은 분은 계시지요?' 모두가 손을 듭니다. 다시 묻습니다. '그럼, 지금 천국에 가고 싶은 분 계신가요?' 한 분도 없습니다. 당연하지요. '지금'이란 시각이 중요한데 천국이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지금 가고 싶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은 그냥 생겨난 것은 아닐 터이지요.
쇠는 불에 넣어 보아야 알고, 사람은 이익을 앞에 놓고 취하는 태도를 보면 안다 했습니다. 처음 만남은 하늘이 만들어 주는 인연이고, 그 다음 만남은 인간이 만들어 가는 인연이라 합니다. 배워서 남에게 나누어 줄 줄 아는 인간은 어쩌면 몇만 겁의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만남과 인간관계가 조화를 이루는 사람은 인생이 아름답습니다. 땅에 뿌리를 내리는 순간부터 나무를 키운 건 햇빛과 바람을 포함한 자연이었다 하지 않습니까? 인간관계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촉수를 한껏 곤두세운 달팽이가 토끼풀 숲으로 소풍 나왔습니다. 꽃밭에 수만 개의 장미꽃이 있은들 무엇합니까? 쏟아지는 폭포수가 목마른 달팽이에게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달팽이가 갖고 있는 작은 물병 하나, 달팽이가 갖고 있는 장미 한 송이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보물입니다. 내가 갖고 있는 것들에게서 향기를 내뿜을 수 있다면 그건 엄청 잘 살아온 인생입니다.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수정처럼 맑고 투명하겠지요.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그 세월의 가치는 자신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빛나던 머릿결이 푸석한 지푸라기처럼 느껴지는 건 세월이 흘러서 그런 게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연약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얼굴의 주름은 성형으로 숨길 수 있어도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습니다. 세월은 경험입니다. 지혜입니다. 세월은 쓰는 사람의 몫입니다. 시간이 많아도 쓸 줄 모르면 무용지물입니다.
세월은 흔들립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 없고 굴곡 없이 살아가는 삶도 없습니다. 세월과 영합한 백발의 습격을 막는 일은 온전히 자기 자신이 담당해야 할 몫입니다. 날개 꺾인 새의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단단한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애환으로 허덕일 때 삶의 벗이 되어 주고, 나침반이 되어 주었던 이웃을 생각합니다. 나이를 모르는 푸른 이파리 하나 무심코 노인의 발등으로 떨어집니다. 시린 칼날 하나를 가슴속에 품은 채 살아갈 필요가 있습니까?
행복은 건강이라는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입니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격렬한 감정의 혼란을 피하고, 매사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합니다. 행복의 뿌리는 대인 관계입니다. 원만한 대인 관계의 유지가 필요합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외톨이 인생은 건강하지 못하며 행복이 길지 못 합니다. 내 인생의 얼룩진 마음들을 몽땅 다라이에 담아 흐르는 물에 쏟아냅니다. 열여덟 여자 아이들은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생존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정받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겠지요? 마음속 얼룩을 깨끗이 지워버려야 합니다.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사랑은 불타도 불꽃이 없습니다. 장미가 좋아 꺾었더니 가시가 있고, 친구가 좋아 사귀었더니 이별이 있고, 세상이 좋아 태어났더니 죽음이 있습니다. 받아들여야 합니다. 꽃이 있으면 벌들이 날아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벌뿐인가요? 날파리들도 몰려듭니다. 봉숭아꽃 속에 피어나는 해맑은 그리움은 눈물겹도록 쓸고 걸레질하여 어여쁘게 만들어보려는, 지치고 야윈 가슴에 아직도 입혀져 있는 상복을 벗겨버리고 상냥한 모습을 만들어내려는, 그래서 옛 추억을 맛깔스런 사투리에 갈무리하여 숭숭 썰어내면 좋겠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말했던가요. '성찰하지 않는 인생은 가치가 없다'고요.
'좋은 사람 찾지 말고, 좋은 사람이 되어 주라. 무엇인가를 바라지 말고, 먼저 베풀어라' 하시던 성현들의 말씀이 오늘따라 가슴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즐겁고 행복하게만 살다가 기쁜 마음 안고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문희봉 (시인·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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