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마시멜로 실험의 오류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마시멜로 실험의 오류

  • 승인 2019-04-16 16:55
  • 신문게재 2019-04-17 22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한세화인물사진
한세화 미디어부 기자
며칠 전 공부방을 정리하다가 책 '마시멜로 이야기'를 발견했다. 딸아이 유치원 무렵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샀던 책이다. 다른 자기개발서와 달리 이야기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책에서 마시멜로는 인간의 유혹을 상징하고 있다.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내야 미래의 성공으로 갈 수 있다고 책은 주장한다. 책은 아이의 자기통제력과 절제성을 관찰해 미래의 성공과 연결짓는 실험 결과에 대한 내용을 담는다. 1960년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월터 미쉘(W. Mischel)과 연구진은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마시멜로 실험 진행 후 30년간 이들을 추적·조사했다.

실험은 4살 된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한 개가 있는 접시와 두 개가 있는 접시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선생님은 "여기 마시멜로가 하나 있어. 바로 먹어도 되지만 내가 나갔다 돌아올 때까지 먹지 않고 있으면 두 개를 먹을 수 있어"라고 말한 뒤 마시멜로 한 개가 있는 접시를 두고 나간 후 15분 뒤에 들어온다. 이 상황을 마주한 아이들은 두 부류로 나눠졌다.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먹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올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린 아이들. 스탠포드 연구진이었던 미셸은 이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을 15년 후 다시 만났고, 그 결과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끝까지 참았던 아이들은 성장 과정이 훌륭했고 대인관계도 좋았으며, 학업 성적도 우수했다고 설명한다. 반면,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마시멜로를 먹어버린 아이들은 약물중독이나 사회 부적응 등의 문제를 보였다고 했다. 이에 미셸 박사는 1981년 어린시절 인내심을 발휘했던 아이들은 자라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주위의 유혹에 잘 흔들리는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마시멜로 이야기'는 당시 엄마들 사이에서 인성교육의 교본처럼 인식돼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다. 나 역시 "인내심은 학업 우수와 직결된다"는 신념으로 딸아이가 참을성 없는 행동을 보일 때마다 마시멜로 실험을 들먹이며 지진한 설교를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마시멜로 실험은 '오류'였다. 미 뉴욕대와 UC어바인 공동연구진이 918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은 아이와 10~20년 뒤 성공과의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들은 당시 실험대상 아이들의 설정 등 몇 가지 모순을 지적했고, 마시멜로 유혹에 넘어가는 아이들의 경우 '인내심 부족' 보다는 아이의 성장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나로 하여금 반성하게 만들었다. 실험 결과의 진위를 떠나 남이 정해준 논리에 딸아이를 끼워 맞추려 했던 나의 무지함이 부끄러울 뿐. 아이의 교육에 정답이 있다고 믿었던 내 생각이 '오류'였다.



이 세상에 '그러해야만 하는 아이'는 없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2.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3. [사설] 교육공무직·철도노조 파업 자제해야
  4.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5. 충남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추진 속도 높인다
  1.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2. [사설] 어이없는 계엄령, 후유증 최소화해야
  3. 대전·충남 법조계, "비상계엄 위헌적·내란죄 중대 범죄" 성명
  4. 전교조 대전지부 "계엄 선포한 윤석열 정부야말로 반국가 세력"
  5. 윤 대통령 계엄 선포 후폭풍

헤드라인 뉴스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5일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위헌적인 계엄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의 탈당을 재차 요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미 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국민께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민의 삶은 나아져야 하고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