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과다 보유와 매입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야 4당이 일제히 부적격 인사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자신이 맡았던 재판과 관련한 특정 기업 주식 등 약 35억 원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으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겠다는 어불성설로 일관하고 있다며 도덕성을 넘어 위법·범법으로 처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주식을 보유한 회사의 사건을 맡은 건 큰 잘못이라며 청와대가 이 후보의 흠결 요소를 몰랐다면 지명 철회가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도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재판을 자신이 승소로 판결한 것이 사실이라면 판사가 신분을 이용해 돈벌이한 셈이라며 이 후보자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이 정도의 주식투자 거래라면 판사는 부업이고 본업은 주식 투자라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라며 청와대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속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
가히 전방위적 협공이었다. 같은 날 JTBC 역시 ["하, 왜 이렇게 많아…" '거액 주식'에 여당 의원들도 한숨]이란 제목으로 뉴스를 뽑았다. 대한민국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 국가다.
따라서 부를 축적코자 하는 행위가 비난의 과녁이 되어선 불편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대상이 공직, 그것도 최고위직에 오르고자 할 때는 많은 재산이 오히려 양날의 칼이 된다는 사실이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범여권이다. 이중에서도 지목하면 반드시 낙마한다는 정의당의 이른바 '데스노트'는 이미 그 위력을 여실히 발휘한 바 있다.
같은 날짜 뉴시스에서도 [정의당, 이미선도 '데스 노트'에… "본업이 주식 투자냐"]를 기사로 낸 걸로 보아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낙마는 이제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쯤에서 본론으로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같은 날 보도된 머니투데이의 [울먹인 이미선 "35억 원 주식 처분할 것"…국회, 임명동의 연기]와 마찬가지로 이미선 후보자는 아내 탓을 하여 국민적 지탄의 대상으로 추락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마찬가지로 이번엔 남편 탓으로 돌렸다.
35만 원도 아닌, 물경 35억 원이나 되는 거액의 주식투자를 함에 있어 부부간 합의가 없었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왜들 그렇게 비겁한가?
왜 "모든 게 본인의 불찰이며, 높은 자리에 탐이 나서 이 청문회에 나왔는데 알고 보니 저의 흠결이 많은 걸 새삼 발견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자리에서 저는 그 자리에 오를 수 없는 대상임을 밝히며 스스로 사직코자 합니다."라고 말을 못 하는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무서워서? 아니면 자신을 추천한 청와대의 이른바 조조라인(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맘에 걸려서? 그래서 말인데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수석들 역시 그래봤자 한시적으로 국민이 임명한 '권불오년'의 직함일 따름이다.
따라서 정부 요직에 오르고자 하는 이들이 중시할 것은 재물보다는 단연 명예다. 더욱이 법관 출신이라고 한다면 명예를 그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함은 불문가지(였)다. 아내 탓, 남편 탓을 하면서 요직에 올라봤자 후일에 남는 건 과연 무엇일까…….
우선 자녀들로부터도 비겁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임은 당연지사라고 본다. 또한 국민이 진정 무서운 대상임을 아울러 인식했어야 옳았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국회무용론'을 떠들어봤자 의회 민주주의인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들이 모두 깜냥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청문회에서도 볼 수 있듯 '최소한' 밥값정도까지는 하고 있는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사람은 부명택일(富名擇一). 즉 재물이든 명예든 한 가지만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가지를 모두 가지려 하다 보니 그예 탈이 나는 것이다.
서민들은 죽어라 일을 해도 돈을 모을 수 없다. 그래서 로또복권을 한 줄 사면서도(그래봤자 5천 원이다) 바들바들 떠는 게 현실이다. 돈을 모으고자 한다면 공직보다는 장사 내지 사업가로 나서야 옳다.
"공직자가 돈을 많이 벌고자 한다면 오늘 당장 사직하고 장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높은 자리는 과녁과도 같아서 누구나 거기를 향해 활을 쏘고자 하니 항상 처신에 조심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이 남긴 명언이다.
'내로남불'에 이어,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남의 탓이라는 경도된 마인드인 '잘내안남' 역시 공직자라면 절대로 피하고 볼 뜨거운 화두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새삼스럽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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