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여야에서 각각 와신상담을 벼르고 있는 이들이 차기 총선을 모멘텀으로 잠룡(潛龍) 반열에 오르는 모멘텀을 마련하느냐에 지역 정치권의 촉각이 모이고 있다.
먼저 '성완종 리스트'에서 정치적으로 해금(解禁)된 이완구 전 총리가 과연 어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느냐 여부가 관심사다.
이 전 총리는 총선 출마를 공식선언 했지만, 지역구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이 전 총리의 출마지는 대전 서을과 세종, 홍성·예산, 천안갑이 거론된다. 지역정가에선 출마 가능성이 큰 곳으로 한국당 당협위원장이 공석이며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천안갑을 꼽는다. 하지만, 정치적 모험을 즐기는 이 전 총리가 '행정수도'와 '민주당 성지' 상징성이 큰 세종시나 여권의 실세로 알려진 박범계 의원이 버티고 있는 대전서을에 전격 도전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두 지역에서 악전고투를 벌이고 당선이라는 결과물까지 가져온다면 천안갑 보다는 정치권 컨벤션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것이 지역 정가의 시각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당 일각에서 국무총리를 지냈고 3선 의원이자 집권당 원내대표를 역임한 이 전 총리의 정계복귀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는 것이 관건이다. 이 전 총리가 국회에 입성할 경우 정치적 세력화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당내에 이같은 점에 힘이 실릴 경우 차기총선 공천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투파문에 연루돼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안 지사는 자신의 여비서를 성폭행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선 '피해자를 성폭행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받았지만,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에 무게를 실은 항소심에선 유죄를 받고 수감 중이다. 그는 지난달 12일 변호인을 통해 대법원에 '항소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법리를 오해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취지의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냈다. 이 사건은 대법원 1부에 배당하고 주심으로 권 대법관이 배정됐다.
안 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언제쯤 나올 런지는 가늠키 어렵다. 하지만, 대법원이 안 지사에게 무죄를 최종적으로 선고할 경우 안 지사는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재기 시도 여부가 주목된다. 그는 1심 판결 직후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현실정치 복귀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물론 대법원 유무죄 판단 여부를 떠나 안 지사가 이미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은 만큼 '정치인 안희정'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충청 보수진영에선 4선 그룹인 정진석(공주부여청양)과 정우택 의원(청주상당)이 5선에 성공할 경우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넘어 차기대권 주자로 '빅피처'를 그리는 것이 아니냐는 가능성이 나온다. 두 '4선 듀오'는 얼마전 한국당 당대표 선거에서도 출마 하마평이 나왔으며 여의도 안팎에선 '빅피처'를 그리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차기총선 및 대선불출마를 선언하긴 했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점에서 세종 지역구로 둔 7선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주목된다. 집권여당의 민주당 '사령탑'으로 총선 승리 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선후보로 거론될 소지가 충분하다. 다만, 총선 이후 정치지형과 시대정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관건이다.
이밖에 50대 충청권 재선그룹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대전서을)과 한국당 정용기 의원(대전대덕) 등은 차기총선에서 3선에 성공할 경우 여야 원내대표 후보로 물망에 오르면서 충청대망론 열차 탑승이 주목된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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