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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은 너무해
조리 존 지음│레인 스미스 그림│김경연 옮김│미디어창비
그래, 이건 그냥 목이야, 목, 목, 목. 그러고는 목, 또 목이지.
여기 목이 길어 슬픈 기린 에드워드가 있다. 사실 에드워드는 슬프다기보다는 불만에 휩싸여 있다. 너무 길어서, 너무 잘 휘어서, 너무 가늘어서, 너무 무늬가 많아서, 너무 잘 늘어나서, 너무 높아서, 너무 우뚝해서. 에드워드에게 그의 목은 한마디로 너무하다. 얼룩말의 줄무늬 목은 얼마나 멋진지, 굵고 힘찬 코끼리의 목은 얼마나 우아한지, 사자의 목은 풍성하게 물결치는 갈기로 얼마나 눈부신지. 에드워드는 숨고 싶을 만큼 속이 상한다.
그때 갑자기 거북이가 인사를 건넨다. 멀리서 네 목을 보고 있었는데 정말 감탄스럽다며, 없는 것과 다름없는 자기 목이 너와 같았으면 좋겠단다.
통성명을 하고 난 거북이 사이러스가 한 가지 고백을 한다. 사실 사이러스는 언덕 위에 있는 바나나가 익어 가는 것을 밤새 지켜보며 그것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의 말을 듣고 난 에드워드는 기꺼이 기다란 목으로 잘 익은 바나나를 따 준다.
"에드워드, 네 목은 진짜 대단해. 놀라운 일을 해내잖아."
"고맙다, 사이러스. 네 목도 근사해. 우아하고 품위가 있어. 등딱지하고 잘 어울려."
"정말 특별한 말을 해 주는구나, 에드워드."
사이러스와 에드워드가 나누는 대화는 칭찬 한 마디가 주는 힘을 보여준다.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드물다. 스스로에게 느끼는 그 불만은 내가 누군가에게, 또는 누군가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한 마디의 칭찬으로 녹는다. 더 나아가 목이 길든 짧든, 손가락이 길든 짧든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함으로써 우리의 자의식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게 돕기도 한다.
책 속 문장 사이 긴 여백은 독자들에게 기린 목의 길이를 느끼게 해준다. 한 문장마다 넓게 떨어져 있다 보니 시를 읽는 것 같은 즐거움도 있다. 나뭇결을 닮은 부드러운 붓자국의 그림일러스트도 다정한 위로를 더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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