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미동 제공 |
호호브로 탐라생활
한민경 지음│구자선 그림│판미동
'이것은 상아색 집만의 특별한 일이 아니다. 제주도에서는 비일비재하다. 개들은 짧은 줄에 묶여 평생 산책 한번 가 보지 못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거나 집을 지키는 용도로만 길러진다. 그러다 복날이 되면 다시 마을에서 사라진다. 그런데도 개와 함께 산책하는 나를 두고 '개를 끌고 다니지 말라고' 당당하게 혼내는 어르신들로 가득하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이 내가 사는 바닷마을에서 개를 대하는 방식이다.' -본문 중에서
7년 전, 제주도에 내려간 전직 카피라이터가 게스트하우스를 연다. 그가 머리 속으로 그려온 평화로운 게스트하우스에는 개 한 마리가 자리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비글 한 마리를 입양하고, 게스트들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라는 의미로 이름을 '호이'라고 짓는다. 그러나 호이는 호의는커녕 모르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심지어 주인까지 무는 개로 자라난다.
그러던 어느 비 오는 겨울밤에는 작은 강아지를 발견한다. 하룻밤만 재우고 주인을 찾아 주려 하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잡종견에 대형견으로 자랄 예정이라 입양도 쉽지 않다. 이름을 '호삼'이라고 짓고 가족으로 품었다.
그 선택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저자의 삶을 이끈다. 굴러온 돌 호삼이는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천상천하 유아독존 호이의 성격까지 바꾸는 사랑둥이로 자리매김했다. 호이, 호삼이와 함께하는 오조리 산책은 게스트하우스의 전매특허 관광코스가 됐다. 이렇게 가족이 된 호이와 호삼이, 둘이 합쳐 '호호브로'는 어느새 저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존재로 등극한다.
한해 10만 마리의 동물이 버려지는 한국에서 저자의 선택은 많은 메시지를 느끼게 한다. 무는 개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입양되지 않는 개는 직접 기르며, 죽을 병에 걸린 개는 치료해 입양 보내는 과정은 파양, 유기, 안락사 등 동물을 둘러싼 문제와 개인의 선택이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보게 한다.
성(姓)도 다르고 종(種)도 다른 생명체가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보살피며 가족이 되어 가는 모습은 읽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동물을 보살피고 살아가는 데 책임감이 필요하지만, 동물이 주는 행복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삶의 위안이 된다는 사실을 함께 느끼게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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