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카 회사로부터 청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차량 대여를 거부 당한 청각장애인이 장애인 차별이라며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는데요. 어떻게 된 사연이고, 어떤 결론이 났는지 알아보겠습니다.<편집자주>
청각장애인 A씨는 지난해 6월 28일 오전 9시 49분께 차량을 대여하기 위해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운영하는 '손말이음센터'의 통신중계 서비스를 이용해 충남에 있는 OO렌트카 회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통화는 1분여 가량 진행됐고, 렌트카 회사 상담원은 청각장애인에게는 차량을 대여해 줄 수 없다며 A씨의 요구를 거부했는데요.
A씨는 청각장애 2급 장애인으로 2009년 9월 17일에 자동차운전면허증(2종 보통)을 발급받아 보유한 상태였습니다. A씨는 렌트카 회사측으로부터 차량 대여를 거부 당하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거부당한 당일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충청남도에 소재한 OO렌트카 회사는 장애인용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차량 경고음과 엔진 시동음을 들을 수 있는지 여부 등 청각장애 정도를 확인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사고 위험이 있어 청각장애인에게 차량 대여를 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OO렌트카 회사는 과거 청각장애인에게 차량을 대여했다가 청각장애인이 경고음을 듣지 못해 사이드브레이크를 해제하지 않은 채 차량을 운행하는 바람에 사이드브레이크 패드와 패드드럼이 손상돼 수리비용을 손실로 처리했고, 이 때문에 회사가 보유한 전체 차량에 대한 보험료가 할증돼 추가비용을 지출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렌트카 회사의 주장에 대해,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특수제작.승인된 자동차를 운전해야 하는 팔, 다리 등의 신체장애와 달리 청각장애의 경우 보조수단으로 자동차에 볼록거울만 부착하면 된다"며 렌트카 회사가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차량을 보유하지 않아 대여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주장하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시각지대를 볼 수 있는 볼록거울을 구입하기 어렵거나 비용이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어서 이러한 보조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요.
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운전미숙 또는 교통사고의 비율이 높다고 볼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청각장애인이 엔진 시동음을 들을 수 없다 하더라도 계기판의 경고등이나 차량진동 등을 통해 차량의 상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 하나만을 이유로 차량 대여를 거부한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OO렌트카 대표에게 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량 대여 배재 중지와 더불어 향후 유사한 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해 약관 변경 등 대책을 수립하고 인권위가 주관하는 특별교육을 수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유사한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장관 및 전국 시·도지사에게 자동차대여사업자에 대한 지도·관리감독을 강화할 것도 권고했습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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