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서소.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내가 싫어서 가시는 임을 말없이 고이 보낸다니. 떠나는 임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 삼키는 여인의 처절한 슬픔. 다분히 동양적, 한국의 전통적 정서가 녹아든 김소월의 '진달래꽃'. 이 시처럼 이별의 아픔을 제대로 표현한 시가 있을까. 단순하지만 사무친 한과 체념의 미학이 오롯이 담겨있다. 서럽고 서러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그러나 잡을 수 없는 법. 아!
진달래는 한국인의 정서에 어울리는 꽃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봄이 되면 지천에 피는 꽃이다. 인적 없는 바위 밑이나 야산에 적막감이 감도는 산 비탈에 분홍빛의 소박한 꽃이 진달래다. 전통적 한국 여인의 정한을 대표하는 진달래는 그래서 슬픔의 정서를 갖고 있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얘기. 진달래꽃 따러 산에 가지말라고 어른들은 말했다. 문둥이가 어린이를 잡아먹는다고. 진달래와 문둥이. 얼핏 보면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버려진 여인의 사연이 담긴 진달래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문둥이가 닮지 않았는가.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