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영 법무법인 서림 대표변호사 |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2007년 일본에서 제작되어, 2008년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었던 일본영화이다. 최근에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일명 '곰탕집 추행 사건'과 관련하여 비슷한 주제의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법정 영화에 관심이 있던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이 영화를 알게 되어 관람을 하게 되었다. 수사나 재판을 주제로 한 영화는 많이 있고, 최근에는 드라마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지만, 우리나라나 헐리우드의 영화는 극적 재미를 고려한 탓인지 검사와 변호인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다가 극적인 반전을 통하여 막판에 피고인의 무죄가 밝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주인공이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지만 결국 유죄 판결을 받게 되는데, 감독은 그 과정을 통하여 사법체계의 문제점 등을 사회에 알리고 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히 다음과 같다. 평범한 젊은 시민인 주인공은 어느 날 면접을 보러 만원 지하철에 올랐다가 여학생을 추행하였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다. 주인공은 수사과정에서 경찰들의 강압적인 수사를 받고, 주변사람들이나 심지어 변호인으로부터도 유죄를 인정하는 편이 형량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자신은 죄를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범행을 부인하고, 재판을 받게 된다. 2년여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 주인공과 변호인의 노력으로 판사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을 것 같아 보였지만, 재판 중간에 판사가 바뀌게 되고, 주인공은 결국 집행유예의 판결을 선고받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모두 주인공이 결백하다는 진실을 알고 있는 상태이므로, 영화감독의 의도대로 주인공이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의 잘못으로 억울하게 유죄로 인정되는 과정에 분개하게 될 것 같다. 이 영화의 주제가 일상생활에서 누구에게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자신도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당연한 공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재판은 실제 당사자 외에는 진실을 알지 못하고(당사자도 사실을 왜곡해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더군다나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는 증거를 통하여만 사실을 인정하게 되므로, 재판의 결과가 언제나 진실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경우도 있다. 실제 판사들은 실체 진실의 확인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변호사로서는 판사들이 실체진실의 파악을 위하여 얼마나 노력을 하였는지, 유무죄 판단에 얼마나 고민을 하였는지는 재판과정과 판결문을 통하여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초임 판사 시절 매일 사건의 결과에 대하여 고민을 하던 선배로부터 '기록은 태산보다 더 높고, 진실은 하해보다 깊은 곳에 있어 아득하기만 하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최근 사법농단 등의 사태로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고, 이는 사법부에서 조속히 청산되어야 할 과거이지만, 일선 법원에 있는 판사들은 사건에 대한 실체진실을 밝히기 위하여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믿고 있고, 그렇게 믿고 싶다.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통하여 이 영화에서처럼 억울한 피고인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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