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모든 꽃은 예쁜이 미운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든 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거기다 꽃은 신분의 귀천이나 선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밝은 낯을 만들어 준다. 꽃은 누구에게나 환한 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 얼굴을 선물한다. 돈이 많은 부자라 해서 즐거움이나 기쁨을 더 주는 일이 없고 끼닛거리가 없는 걸인이라 해서 차별을 두지 않는다. 똑같은 즐거움과 기쁨으로 모두의 얼굴을 환하게 해 준다.
꽃은 아름다우면서도 오만이나 교만을 모르고 사는 겸양지덕(謙讓之德)의 미인이다. 세속에 물들지 않는 꿋꿋한 현인이다. 꽃은 모든 이에게 공평을 선사하는 절인(絶人)이다. 꽃은 만인에게 신분의 귀천을 두지 않고 모두를 즐겁게 해 준다. 누구에게나 환한 얼굴을 만들어 준다.
이러하니 꽃은 연륜을 초월하고 사는 나이테 없는 철학의 도인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에 비하면 우리 인간은 오욕칠정에 사로잡혀 주머닛돈이나 세고 머리를 굴리는데 여념이 없다. 아니, 물욕 권세욕 명예욕에 얼룩진 마음으로 시기 질투하는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마음의 영일(寧日)을 가질 날이 부족하다. 좀 낯 두껍게 사는 인간이라지만 무념무상(無念無想)으로 사는 꽃 앞에선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람은 꽃과 같이 고운 마음으로 살지 못해 부끄럽다. 항간에 떠도는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라는 말이 부끄럽다. 돈의 유무로 죄인도 되고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이 우리 인간의 모습이라면 꽃을 앞에 두고 유구무언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형이하학적인 속물근성을 꽃의 세(勢)를 빌려서라도 정화할 수는 없는 것일까!
꽃은 미추(美醜)를 앞에 놓고서도 더함과 덜함이 없다. 미인이라 해서 더 좋아하고 추녀라 해서 차별하는 일이 없다. 꽃은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존재이니 우리 인간은 꽃 앞에서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꽃은 생색내지 않고 말없이 우리 모두에게 즐거움을 넉넉하게 챙겨 준다. 그러기에 꽃은 말이 없는 가운데에 내 마음을 다 가져갔는지도 모른다.
꽃은 인간의 존경스런 사부(師父)중의 사부이다. 세속과 멀리 사는 달관의 덕인이다. 이해타산과는 아랑곳없이 사는 청백리(淸白吏)의 표상이다. 철따라 알아서 처신할 줄 아는 현자(賢者)로서의 처사(處士)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할 줄 아는, 조물주의 수작(秀作)이다. 형형색색의 고운 모습도 아름답지만 차별을 두지 않는 그 심성은 더욱 돋보이는 장원감이다.
꽃은 만인을 가리지 않고 그 모두에게 연인이 되어 준다. 돈이 없는 걸인에게도 연인이 되어 주고, 돈 많은 부자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 즐겁게 해 준다. 옥떨메(옥상에서 떨어진 메주) 같은 추녀에게도 똑같은 연인이 되어 주고, 해어화(解語花) 양귀비에게도 공평한 역할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도둑이라 해서 멀리하지 않고 똑같은 즐거움을 주는 연인이 되어 준다. 선인, 악인 가리지 않고 그 모두의 연인과 애인이 되어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위나 권세에 좌우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인이 되어 기쁨의 선물을 탐스럽게 안겨 준다.
꽃은 남녀노소 없이 그 모두에게 친구가 되어 준다. 젊고 예쁜 아가씨라 해서 더 가까운 친구가 되는 적이 없고 연세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라 해서 타박하는 일이 없다.
꽃은 공평무사(公平無私)한 저울 같은 도인(道人)이다. 철이 난 사람이라 해서 마음을 더 주지 않고 철부지 말썽쟁이라 해서 미워하는 일도 없다. 꽃은 천성대로 자기에게 다가오는 모든 이에게 자신의 장기(長技)를 선사한다.
나는 꽃처럼 살고 싶다. 외양보다 더 아름다운 꽃의 마음으로 살고 싶다. 세속에 물들지 않고 중용(中庸)의 덕으로 공평하게 챙겨 주는 꽃과 같은 올 곧은 철인으로 살고 싶다. 처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마음으로 사는 그런 꽃처럼 살고 싶다. 묵묵히 제 할 일 다 하는 꽃의 넉넉한 마음이 되어 살고 싶다. 시종(始終)이 다르지 않은 꽃의 심성으로 살고 싶다.
내 가야 할 순번이 몇 번인지는 모르지만 갔다가 윤회설에 힘입어 환생한다면 철인으로, 현인으로, 도인으로 태어나 안분지족하며 사는 꽃으로 살고 싶다. 개구쟁이 철부지 보미와 보식이랑 사춘기 미순이 덕철이도 착하디착한 선희와 양상군자 도척이도 여대생 영심이도 간난이 꼬부랑할머니랑 같이 희희낙락(喜喜樂樂)하는 친구가 되어 꽃으로 살고 싶다. 그 모두를 가리지 않고 활짝 웃을 수 있게 하는 화심(花心)으로 오래오래 숨 쉬고 싶다. '꽃의 마음으로 살고파 !'
한라에서 백두까지 너와 내가 꽃의 마음으로 하나 되어, 너와 내가 아닌 우리로 살고 싶다. 사람 냄새 풍기며 살고 싶다.
내일과 내년을 앞당겨 '꽃의 마음으로 사는 그런 날' 이 달음박질로 빨리 왔으면 좋겠다.
아니, 뛰는 마음에 가세(加勢)하여 광속(光速)으로 왔으면 좋겠다.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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