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공개된 비밀은 모두 영원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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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공개된 비밀은 모두 영원한가?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4-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표현은 어색하지만, 세상엔 공개된 비밀이 많습니다.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에 이르기까지 무심하게 삽니다. 모르쇠로 일관하기도 합니다. 알며 실천하지 않는 것들도 허다합니다. 세상이 알고 있으나 나만 모를 때도 그에 해당이 됩니다. 문제가 되면 새롭게 부각 됩니다. 너도나도 전혀 몰랐던 것처럼 호들갑입니다. 물론 인지만 하고 실상을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 커져 손대기 어려운 불가항력적 경우도 있습니다.

버닝썬 사건은 자기 고객을 집단 폭행한 사건입니다. 그것도 힘센 고객을 위해 약한 고객을 말입니다. 거기에 공권력이 가담, 린치를 가했습니다. 우연히 피해자 호소문을 보면서 치가 떨립니다. 오늘날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놀랍기만 합니다. 신고자임을 설명하는 피해자에게 강압과 폭언, 폭행을 가한 것입니다. 그것도 현장, 이송 차량, 역삼지구대 안 등에서 3차례나 폭행을 가했답니다. 심지어 구둣발로 피해자 온몸을 짓이겼다 합니다. 피해자에게 가한 잘못된 행위는 어떠한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심각한 인권침해도 결단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민주경찰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인권침해가 없도록 무척 조심한다고 합니다. 경찰 관련 시설에 설치된 CCTV도 피의자의 공권력 파괴나 도전, 공무집행 방해를 증거 하려 한다 들었습니다. 강남경찰서만 다르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착관계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폭행, 범죄와 공권력 유착이란 본래 사건은 사라졌습니다. 관련된 여타 범법 내용만 요란하게 세간에 회자 됩니다. 불법 촬영물과 촬영물 공유, 성매매 알선과 강간 등 각종 성범죄, 마약 거래와 투약, 조세 회피가 그것입니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가관입니다.

우리 모두 클럽 등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범법행위를 모를까요? 더구나 수사기관이 모르고 있을까요? 또 그를 싸고도는 공권력의 행태를 모를까요?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전혀 몰랐던 것처럼 요란 떠는 세태에 가끔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불순물을 일거에 제거할 수야 없겠지만 말입니다.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나, 유흥가에서 벌어지는 범법행위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람의 화원』은 2008년 9월 24일부터 2008년 12월 4일까지 SBS가 방영한 드라마입니다. 신윤복(申潤福, 1758년 ~ 1814년경, 도화서 화원)을 여자로 설정하여 미술계로부터 비난받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작품성은 꽤 인정받았던 것 같아요. 원작은 이정명(1965 ~ , 소설가)의 동명 소설로 1997년 작품입니다.

도화
계월옥이란 기생집 앞을 그립니다. 문 앞은 늘 술 냄새가 진동하고 싸움판이 벌어져 소란스럽습니다. 해가 지기도 전에 찾아온 남정네들이 서로 기생을 차지하려 저돌적으로 몸을 날립니다. 취객들로 난장판이 되기 일쑤입니다. 계월옥 주인 계월이 말합니다.

"사내란 그런 것들이야. 계집 하나를 차지하려고 저렇게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지, 저들은 계집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싸우는 거란다. 한 푼어치 가치조차 없는 자존심, 명예... 그런 것들 때문이지. 여자를 빼앗긴다는 건 남자로서 명예를 빼앗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지. 그렇게 멍청하고 생각 없는 것들이 사내들이다."

그것이 기생집이 잘되게 하는 이유라 합니다.

위의 상상을 불러주었을 법한 그림이 신윤복 작 「유곽쟁웅遊廓爭雄」입니다. 『신윤복필풍속도화첩申潤福筆風俗圖畵帖』(국보 제135호)에 들어있는데, 기생집 앞에서 벌어진 싸움을 소상히 그리고 있습니다. 혜원이 200년 후를 예상하고 그렸을까요?

가운데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있는 자가 이긴 것일까? 후원군이라도 도착한 것일까? 득의만면하고 의기양양합니다. 신윤복 풍속화의 백미는 단연 인물 표정과 자세입니다. 한쪽엔 뜯어진 갓머리와 갓을 챙기는 사람이 있군요. 불만이 가득한 험악한 얼굴입니다. 여인이 문 앞에 서서 장죽을 물고 가소롭다는 듯 여유롭게 지켜봅니다. 두들겨 맞은 것 같은 사람이 정신없는 표정과 자세로 다른 이들에게 에워싸여 있습니다. 그런데 홍의를 입은 사람이 뭔가 우격다짐하는 것 같습니다. 복장으로 보아 무예별감입니다. 복식사에 의하면 무예별감은 홍철릭(홍첩리, 紅帖裡)에 황초립黃草笠을 사용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림에는 별다른 꾸밈새가 보이지 않습니다만, 각종 장신구를 부착, 무척 화려한 복장이었다 합니다. 무예별감은 왕의 근접경호를 담당하는 호위무사입니다. 1802년 198인으로 증가시켰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았나 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오늘날 경찰 역할을 하던 조선 후기 기관은 포도청입니다. 왜 무예별감이 등장하였을까요? 신윤복은 노는 물이 달랐을까요? 연예계 기자 역할이라도 하였을까요? 다른 화가의 풍속화에 보이지 않는 고위직이나 한량, 기생이 주로 등장합니다. 무예별감이 등장하는 그림도 「주사거배酒肆擧盃」, 「야금모행夜禁冒行」, 「노상탁발路上托鉢」, 「무녀신무巫女神舞」등 다수가 있습니다. 여러모로 버닝썬 사건이 뇌리를 스칩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면, 그것은 영혼이 있는 인간 모습이 아니란 생각입니다. 다 그러며 사는 거야 하고 외면한 채 살지나 않는지, 우리 모두 공범은 아닌지, 보다, 성숙한 사회로 가는 삶의 방식은 무엇인지, 한 번쯤 성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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