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톡] 산이 당신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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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톡] 산이 당신을 부릅니다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

  • 승인 2019-04-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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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요즘 산과 들에 온갖 꽃들이 피어납니다. 보이는 것마다 곱고 예쁘니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어제는 혼자 집 뒤에 있는 산에 올랐습니다. 새싹들은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돋아나고 있었고, 꽃들은 희망을 이야기하며 세상을 곱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주변에는 개나리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산에는 진달래가 곱게 물들고 있습니다. 이미 떨어진 동백, 매화꽃 산수유도 바닥에 앉아서 새롭게 피어나는 꽃들을 반기고 있습니다.

오늘은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소통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내 말이 들립니까?'입니다. 소통이 가장 잘 되는 경우가 가족이죠? 그런데 때로는 가장 잘 안 되는 경우가 가족이기도 합니다. 제 일정에 맞춰 남편이 휴가를 냈습니다. 전날 비는 내렸고 당일 아침에는 안개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등산복 바지가 없다, 며칠 전에도 있었는데 어디로 갔냐며 짜증을 내는 소리가 안방에서 흘러나왔습니다. 결국 그 짜증이 제게 전이되었습니다. 저는 그 시간 산에서 먹을 도시락 준비에 바빴습니다. 등산복 바지를 조용히 몸으로 찾으면 모르겠는데, 말로 찾으니 제가 그 소리를 다 들으며 가기 싫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등산화를 신고 나간 후에도 갈까말까를 망설일 정도였습니다. 서로 소통과 공감이 안 된 상태로 출발했으니 차를 타고 가면서도 말을 안 했는데 산에 오르면서부터는 언제 다퉜느냐는 듯 즐거웠습니다. 봄 산이 사람을 생기 있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때로는 사람보다는 자연이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며칠 전 상담을 한 중년 남성의 사례입니다. 너무 무기력해 있고 살아가기가 싫다는 분입니다.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목소리에는 힘이 다 빠져있습니다. 한 번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잘 극복하지 못하면 계속 그 생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평범하게 살 때와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여행 다니고, 운동 잘하고, 사람들 잘 만나던 사람이 이제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고 집에서 꼼짝 못하고 심지어는 방에서 또는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은 상담을 하는 것 자체도 힘듭니다. 그래도 상담을 받는 자체는 희망적입니다. 예약을 해 놓고 안가고 예약을 해 놓고 못가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거나 아예 병원이나 상담을 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주변에 중년의 우울증이 심해져간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너무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아내 도는 남편이 "병원 가봐. 상담이나 받아봐."하며 무심하게 한 마디 던져놓는다면 힘든 사람은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산에 잘 다녔다는 이분께 힘들어도 산에 오르기를 권유했습니다. 요즘 산에 진달래가 한창이며 새싹들이 춤을 추고 있으니 꼭 한 번 가보라고 반복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다행이 약속을 지켰고 산에 다녀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고 합니다. 사람에게 없는 치유의 힘이 자연에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힘이 들면 가까운 산에서 새롭게 인사하는 새순과 고운 모습으로 반기는 꽃들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김종진 심리상담가

김종진원장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대표와 심리상담가 김종진 씨가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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