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 이미지 뱅크 |
오늘은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소통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내 말이 들립니까?'입니다. 소통이 가장 잘 되는 경우가 가족이죠? 그런데 때로는 가장 잘 안 되는 경우가 가족이기도 합니다. 제 일정에 맞춰 남편이 휴가를 냈습니다. 전날 비는 내렸고 당일 아침에는 안개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이 등산복 바지가 없다, 며칠 전에도 있었는데 어디로 갔냐며 짜증을 내는 소리가 안방에서 흘러나왔습니다. 결국 그 짜증이 제게 전이되었습니다. 저는 그 시간 산에서 먹을 도시락 준비에 바빴습니다. 등산복 바지를 조용히 몸으로 찾으면 모르겠는데, 말로 찾으니 제가 그 소리를 다 들으며 가기 싫다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등산화를 신고 나간 후에도 갈까말까를 망설일 정도였습니다. 서로 소통과 공감이 안 된 상태로 출발했으니 차를 타고 가면서도 말을 안 했는데 산에 오르면서부터는 언제 다퉜느냐는 듯 즐거웠습니다. 봄 산이 사람을 생기 있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때로는 사람보다는 자연이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며칠 전 상담을 한 중년 남성의 사례입니다. 너무 무기력해 있고 살아가기가 싫다는 분입니다.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목소리에는 힘이 다 빠져있습니다. 한 번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잘 극복하지 못하면 계속 그 생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평범하게 살 때와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여행 다니고, 운동 잘하고, 사람들 잘 만나던 사람이 이제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고 집에서 꼼짝 못하고 심지어는 방에서 또는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은 상담을 하는 것 자체도 힘듭니다. 그래도 상담을 받는 자체는 희망적입니다. 예약을 해 놓고 안가고 예약을 해 놓고 못가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거나 아예 병원이나 상담을 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주변에 중년의 우울증이 심해져간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너무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아내 도는 남편이 "병원 가봐. 상담이나 받아봐."하며 무심하게 한 마디 던져놓는다면 힘든 사람은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산에 잘 다녔다는 이분께 힘들어도 산에 오르기를 권유했습니다. 요즘 산에 진달래가 한창이며 새싹들이 춤을 추고 있으니 꼭 한 번 가보라고 반복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다행이 약속을 지켰고 산에 다녀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고 합니다. 사람에게 없는 치유의 힘이 자연에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힘이 들면 가까운 산에서 새롭게 인사하는 새순과 고운 모습으로 반기는 꽃들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김종진 심리상담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