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아직 나를 설레게 하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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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톡] 아직 나를 설레게 하는 봄

김소영(태민) /수필가

  • 승인 2019-04-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채소
게티 이미지 뱅크
얼마 전까지 봄이 완연(完然)하더니 다시 겨울을 앞둔 가을처럼 찬바람이 불고 써늘하다.

'기다려야 돼. 4월 중순까지 기다려라. 절대 지금 모종을 하면 안 돼!.'

매년 3월이 되면 따뜻한 봄 햇살에 기다렸다는 듯 신이 나서 고추, 상추, 오이 등 온갖 채소모종을 옥상텃밭에 심었다가 꽃샘추위에 마음을 졸이고 결국 추위를 이기지 못한 모종들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러면 4월 중순에 다시 모종을 사다 심곤 했다. 이제 그만 어리석은 짓을 멈추기 위해 재작년부터는 새 달력을 걸기 전, 미리 3월 달력에 경고의 빨간 글씨를 새겨 놓는다.

하지만 올해도 3월이 되자 따뜻한 봄 햇살에 또 마음이 흔들렸었다. 봄이 되면 나도 모르게 빨리 초록 새싹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들뜨게 된다. 항상 들뜨는 마음에 서두르게 되고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3월 달력 빨간 경고로 나를 자제시킨다. 벌써 7년째 옥상텃밭을 가꾸고 있으면서 이제 무의식적으로도 알 때도 되었건만 왜 아직도 봄이 되면 설레는 맘에 자제력을 잃게 되는 것일까?



옥상에 텃밭은 돌아가신 시어머님께서 가꾸시던 것이다. 처음 텃밭을 만들 때 옥상으로 흙을 퍼 날라야 했던 남편은 너무 고생을 했었기 때문에 나중에 텃밭은 가꿀 생각도 하지 말라며 나에게 으름짱을 놓았었다. 그러던 남편은 이제 3월이 되면 알아서 흙에 퇴비와 영양분들을 골고루 섞어주며 채소 가꿀 준비를 한다. 그리고 가을까지 새벽마다 텃밭에 물을 주며 아침에 먹을 채소 잎을 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자연을 찾게 되는 모양이다.

새벽에 옥상 문을 열면 채소가 뿜는 저마다의 내음에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흙에서 살짝 머리를 드는 새싹을 보게 되면 어린아이처럼 마냥 기쁘기만 하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식물들과 열매들, 그것들을 따서 먹는 재미는 어느 것과 견줄 수가 없다.

자연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어서 좋다. 초록색의 상쾌함은 눈과 마음, 몸을 청정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을 준다. 새벽마다 물을 주어 그들에게 생명력을 불어 일으켜 주면 그들도 나에게 청순한 생명력으로 보답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봄이 되면 꽃가루 대신 심해지는 미세먼지로 인해 제대로 봄을 즐길 수가 없어졌다. 날씨가 맑으면 더욱 심해지는 미세먼지. 정말 마음에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불청객이다. 예전엔 봄 소풍을 가는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밖에 나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현실이 슬프다.

그렇지만 아직 봄은 나를 설레게 한다. 식물들을 자라게 하는 따뜻한 태양이 있고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올 봄에도 땅에 씨를 뿌리고 가꾸는 동안 깨끗하고 순수한 나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그것으로 설레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올해도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된다.

눈이 내린데다가 달 밝은 밤을 당하면 심경이 문득 밝아지고,

봄바람의 화창한 기운을 만나면 마음도 또한 절로 부드러워지나니

자연과 사람은 혼연히 융합되어 틈이 없느니라 - 채근담 -

김소영(태민) /수필가

김소영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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