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콩 회항'과 '물컵 갑질'이 결국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총수가의 갑질 논란은 대한항공의 상징과도 같은 조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데 촉매 역할을 했다. (...)
땅콩 회항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한진가는 잠시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해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36)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이 일었다. (...)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폭행' 사건까지 세상에 공개되면서 한진가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갑질 논란은 한진가의 밀수와 탈세, 배임, 횡령 의혹으로 번졌다. 한진 오너 일가는 각종 위법 혐의로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표적이 됐고, 이 전 이사장과 조 회장의 두 딸은 포토라인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외국인과 기관 소액주주도 조 회장에게 등을 돌렸다.(후략)" =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었다. 아울러 '수유칠덕(水有七德)'이라는 교훈이 덩달아 따라왔다. 노자(老子)는 인간수양(人間修養)의 근본을 물이 가진 일곱 가지의 덕목(水有七德)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럼 물이 가진 7가지의 덕은 과연 무엇인가?
1.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謙遜(겸손) / 2.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智慧(지혜) / 3. 구정물도 받아주는 包容力(포용력) / 4. 어떤 그릇에나 담기는 融通性(융통성) / 5. 바위도 뚫는 끈기와 忍耐(인내) / 6. 장엄한 폭포처럼 투신하는 勇氣(용기) / 7. 유유히 흘러 바다를 이루는 大義(대의)
그러니까 모든 것에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고, 항상 낮은 데로 임하며, 자연의 순리를 거스리지 않는 물의 심성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한진家의 갑질은 그동안 세인들의 거센 비판과 폄훼의 표적으로 우뚝했다.
자식농사를 잘못 지었다느니, 돈이 자식을 버렸다는 따위의 비난 역시 속출했다. '모전여전(母傳女傳)'이라더니 어머니가 형편없으니 딸들도 그를 본받아서 그 지경이 됐다는 비판 또한 무성했다.
한진그룹은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재계 서열 14위다. 따라서 이 그룹의 직장에 입사코자 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야 한다. 참고로 2017년 4월에 치러진 7급 공무원 공채시험엔 전국에서 17만 명이 응시했다.
선발 예정 인원은 4910명으로서 평균 경쟁률은 35대 1이나 되었다. 합격률 역시 2.9%에 불과했다. 반면 부모를 잘 만난 덕분에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 출신이 된 한진家의 자녀들, 특히 딸들은 그럴 필요가 애초부터 필요 없었다.
대신 매사에 조신(操身), 또 조신을 하여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재벌의 딸들에게 감히 누가?'라는 자만과 만용이 그리 만든 것이었으리라. 한데 물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수유칠덕'의 미덕만을 항상 발휘하는 게 아니다.
'군주민수(君舟民水)'의 돌변함까지를 내재한 때문이다. 이는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인데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지고 보면 한진家의 기업군에 딸린 직원들도 백성의 축에 든다.
또한 '민심은 천심'이란 말도 있듯 그동안 너무나 잦은 갑질에 질려버린 나머지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된 것이었다.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 뉴스에선 또한 새삼 자녀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평범한 교훈이 겹쳐졌다. 다음 달 필자의 저서 출간을 앞두고 지인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보내주고 있다. 그중 압권(?)인 별제(別題)의 '작품'을 하나 소개한다.
<도.자.기.>라는 것인데 의미심장하기에 적어두었다. = ?(도)서관 출입과 부단한 독서의 습관으로 / (자)식농사에 성공(트리플크라운 달성)한 초졸 경비원 논설위원의 / (기)적 같은 삶의 반전 이야기?=
그럴듯 하지 않은가? 아무튼 '교만은 천사를 떨어뜨려 마귀가 되게 하고 겸손은 사랑으로 천사가 되게 한다'는 겸손 명언이 새삼스러웠다. 벼도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