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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 당신이 올 때 : 사과여행 #8
신현림 지음│사과꽃
시인 신현림에게 『사과꽃 당신이 올 때』는 사라진 이들이 올 때다. 사과꽃이 왜 이리 예쁠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죽은 이들이 이 세상과 사람이 그리워서 핀 것'이라는 대답으로 돌아왔다. 시를 썼고, 무명의 독립군으로 독립 자금을 나르다 잡혀 고문받고, 광복 6개월 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삶과 죽음에서 그의 작업은 시작됐다. 사과밭에서 조상들의 혼을 달래기 위해 오래된 사진을 나무에 매달고, 사진을 찍고, 시를 썼다. 작가노트에도 썼듯 그는 이름없는 이들의 희생으로 이뤄지는 역사의 진보를 기리고 싶었다. 그 추모의 사과밭에는 일제 때 희생당한 시인들을 향한 애도도 심어졌다.
시인에게도 사과밭은 치유의 자리가 됐다. 현실감옥에서 벗어나 뜨겁게 울고 싶을 때마다 사과밭을 찾았다. 스티글리츠와 드라크루아 등의 작품을 걸고, 서구미술사와 15년째 이어온 사과 던지기 연작의 명화콜라보를 완성했다. 책은 같은 이름의 시집 <사과꽃 당신이 올 때> 3부 "사과꽃 진혼제"를 다룬 사진집이기도 하다. 사적이면서 공적인 역사 증언이 오롯이 담겼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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