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첫 무대를 열어준 3인방, 피아니스트 서현진, 소프라노 고현주, 메조소프라노 이다정씨 |
해마다 1년 열두 달 수요일마다 11시에 대전시청 20층 하늘마당에서 열리는 음악회다. 음악 애호인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공연되기에 이진관의 '영자만 보여'나 그 아들 이태루의 '엄마도 여자다' 라는 트롯토를 좋아하는 필자에게도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이번 4월에는 몸으로 연주하며 입으로 노래하는 젊은 미희의 성악가 고현주와 중앙대학교 음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역시 미녀 메조 소프라노 이다정이 그들의 파트너인 서현진 피아니스트와 막을 열었다.
서현진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앞에 앉고, 고현주와 이다정이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서자 감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4월의 첫 무대에 이렇게 젊고 아름다운 출연자를 무대에 세우다니! 그렇다면 둘째주, 셋째주 이어지는 무대는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지? 물론 음악은 귀로 들어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시간 예술이다. 그래서 눈으로 보아 즐기는 미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감상에는 시각적 즐거움이 앞서야 청각적 즐거운 맛이 더해진다 할 것이다. 어쨌든 오늘 무대는 시각과 청각이 조화를 이룬 무대였다.
인간 누구나 비전을 가진 사람은 많다고 하지만 성공한 사람은 적다고 한다. 이것은 소유하는 것과 성취하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고 그 길은 험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 무대에 선 세 사람, 이들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이들은 이미 그 험난한 길을 넘어 왔다고 필자는 보았던 것이다.
나는 얼마전 고현주에 대하여 이렇게 평했었다.
≪고현주는 성악가다. 그래서 악기가 필요 없다. 다른 음악은 연주 할 때 무슨 종류든 악기가 필요한데 성악은 몸이 악기요 목울대는 관악기 역할을 한다. 거기에 내로라하는 성악가들은 기교를 부려 잘은 부르되 감동을 주지 못하는데 비해 고현주는 기교를 부리지 않는 대신 감동을 준다. 거기에 미모가 뛰어나 그 몸 자체가 고급 악기에 속한다. 그런데도 반주자 박지혜가 필요하다. 하모니를 이루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박지혜 대신 피아니스트 서현진이 함께했다. 처음 무대에 서는 사람치곤 너무 차분하고 -Flower Dance -라라랜드 중 ' Mia&Sebastinan's Theme'를 연주하는 건반위에서의 손놀림은 때로는 통통 튀고, 때로는 물고기들의 유영 그 자체였다. 그가 하는 손놀림이며 고개짓 까딱거림까지도 예술 그 자체였던 것이다. 피아니스트 서현진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건반위에서 요정이 되려면 재주도 있어야겠지만 음악에 대한 태도나 인간성까지도 중요하다는 것을. 필자는 그가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자세에서 그걸 느꼈던 것이다.
고현주 그는 필자에게 이런 말을 해 준 기억이 난다.
"성악은 호흡, 발성, 발음, 리듬, 템포 등 여러 요소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동시성 예술이므로 후진을 양성하는데 그런 요소들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그런 그의 신념은 이번에 그가 부른 '꽃구름 속에'에서 충분히 조화를 이뤘던 것이다.
중앙대학교 음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는 메조소프라노 이다정.
그는 이번에 가곡으로 '얼굴'을 불렀고 뮤지컬로는 'Once upon a dream'를 불렀다. 그리고 고현주와 'I feel pretty'를 듀엣으로 불렀다. 그들은 사회자도 없이 둘이서 조화롭게 이끌어 나갔다. 우선 머릿결부터 고현주는 단발머리로, 이다정은 웨이브 머리로 꾸며 조화를 이루게 했던 것이다.
소프라노 고현주와 메조소프라노 이다정이 '거위의 꿈', '뮤지컬', '향수'등의 가요를 부를 때는 관중들 모두가 기립해서 박수를 치며 호응해 주었던 것이다.
함께 감상했던 관객 강승택씨는 "오늘 저는 뜻밖의 횡재를 한 기분입니다. 김선배님 덕분에 격조높은 음악회에 참석해 아름다운 향기에 취할 수 있었으니 이보다 행복한 일이 없습니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이번 무대는 평소 우리들 귀에 익숙한 곡목들로 구성되어 무대와 관객의 호흡도 좋았습니다. 피곤하고 지친 우리들 삶에 단비와도같은 샘물을 부어주었습니다. 음악을 듣는 내내 흥겹고 때론 밀려오는 감동으로 눈물이 날것도 같았습니다. 고현주, 이다정 두 성악가의 청아한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오는 가곡과 가요는 대중성이 있는 곡목들이어서 쉽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와같은 행사가 1년내내 지속되기를 희망합니다"라고 소감을 말하며 이들 삼인방을 극찬해 마지 않았다.
축하, 축하한다. 4월의 첫 무대를 활짝 열어 관중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은 이들 3인방에게 '사불여죽 죽불여육(絲不如竹 竹不如肉)'하기를 바란다.
김용복/ 극작가
필자 김용복 극작가와 함께 한 메조소프라노 이다정, 소프라노 고현주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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