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밀레의 그림에서 본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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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밀레의 그림에서 본 양극화

전용석 대전농협 본부장

  • 승인 2019-04-04 10:46
  • 신문게재 2019-04-05 23면
  • 원영미 기자원영미 기자
전용석본부장님증명사진
전용석 대전농협 본부장
프랑스의 사실주의 화가 '프랑수아 밀레'의 대표적인 그림은 '만종'과 '이삭줍기'일 것이다. 밀레는 노르망디의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이삭줍기의 배경이 된 바르비종에서 활동했다. 파리에서 정식 미술교육을 받고 한동안 그곳에서 생활하였으나 미술가로서의 성공은 그다지 거두지 못하였다. 1849년 파리근교에 있는 퐁텐블로 숲에 있는 작은 마을 바르비종으로 이주하여 농사를 지으며 그림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아는 밀레의 이삭줍기는 시골의 한적한 풍경의 목가적인 그림으로서 상점이나 이발소, 공공장소 등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그림이다. 추수가 끝난 황금빛 들녘에서 이삭을 줍고 있는 나이 든 세 명의 농촌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이 그림이 1857년 프랑스에서 발표되었을 때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 그림을 본 비평가들은 불온하고 선동적이라는 시각으로 그림을 바라보았다.

일단 이삭줍기라는 테마가 당시의 정서적 시각으로 볼 때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림 속의 세 여인들은 자기 명의의 땅이 없는 사람들로서 농부들이 땀 흘리고 수확하고 남은 곡식들을 주워 챙기는 것으로 여겼다. 예로부터 추수가 끝난 뒤에 이삭을 줍고 다니는 사람은 자신의 농지가 없어서 주운 이삭으로 배를 채워야만 하는 최하층 빈민이었다. 논밭주인은 추수 시기에 땅에 떨어진 이삭을 줍지 않고 이러한 사람들을 위하여 내버려두었다는 암시적 표현도 있다.

성서의 신명기에도 "곡식을 거둘 때 이삭을 밭에 남긴 채 잊고 왔거든 그 이삭을 집으러 되돌아가지 말라. 그것은 떠돌이나 고아나 과부에게 돌아갈 몫이다"라고 되어 있다.



이삭줍기 그림에 두 여인은 허리를 굽혀 땅에 떨어진 이삭을 줍고 있고 한 여인은 자신이 모은 이삭들을 간수 하고 있다. 그들의 얼굴과 손은 땡볕 아래 고된 노동의 결과로 검붉게 그을렸고 거칠고 투박하게 그려져 있다. 맨 왼쪽에 있는 여인은 이삭을 쥔 팔을 등에 댄 걸로 보아 허리가 무척 아픈 모양이다. 하루 종일 넓은 밭을 헤매며 고개를 숙여 이삭을 찾고, 허리를 굽혀 주워야 하니 온몸에 통증이 심할 것이다.

당시의 부르주아 평론가들은 농민들의 모습을 계속 그리는 밀레를 사회주의자라 비판하였다. 이삭줍기 그림에 대하여도 '하층민의 운명의 세 여신'이라고 혹평했다.

그림에는 늦은 오후의 햇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풍요롭게 빛나는 곡식과 곡식을 분주히 나르는 일꾼들, 이들을 감독하는 감독관 등이 보인다. 그러나 이 세 여인을 대비시키며 당시 사회의 빈부 격차를 고발하고 농민과 노동자를 암묵적으로 선동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밀레는 사실 사상적으로 사회비판론자는 아니며 자신이 직접 체험한 농민의 가난하고 고된 노동의 현실을 자연에 대한 서정과 종교적인 경건함을 담아 표현한 것이었다.

19세기 중반의 미술사조는 노동자의 현실에 귀 기울이고 예술적 표현으로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예술적 표현이 나타난 것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시대사상을 반영하였다고 볼 수 있다.

산업혁명이 시작되며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 중심추가 이동하였고 엔클로저 운동이 발생하였다. 농촌에 있는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전하면서 공장 노동자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들이 공장노동자가 되면서 부의 원천이 노동에 의한 생산이라고 보았으며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부가 증가한다고 보았다. 또한 노동 생산성은 분업을 통해 개선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분업화의 과정에서 기계화에 따른 일관 시스템 공정으로 공장근로자의 인간적 감정이나 처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다. 노동자는 기계의 부속품이 되어 인간성과 개성이 박탈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장을 소유한 사람과 고용된 사람의 양극화는 심화되고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가속화된 것이다.

양극화란 용어는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에 의해 빈곤, 불평등, 차별이 생겨난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 결국 이것이 사회적 양극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 평균임금은 400만원이고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151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양극화 문제가 나오면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먼저 떠오르는데 정규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과 비정규직 중심의 2차 노동시장이 있다. 1차 노동시장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25%인 500만 명이 있지만 2차 노동시장에는 이보다 3배나 많은 1500만 명이 있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소득 불평등을 비롯한 양극화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임금구조 개편 등을 통한 해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여야 하는 어려운 문제는 사회 각계각층 상호 이해의 폭을 더욱 넓혀야 해결이 가능한 사안이다.

사회적 대타협의 대표적인 사례는 네덜란드 노사정 대표가 1982년 체결한 바쎄나르 협약이다. 당시 대타협을 통해 임금인상 자제,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분배를 통한 고용창출,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78개 부분의 협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양극화에 대한 시각과 관점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지금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는 사회적 대타협만이 유일한 방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전용석 대전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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