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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給), 고독(孤獨)하여
급(急), 고독(高獨)이 된 그를, 나를,
기수급고독원이라 불러도 좋겠습니까'
―「기수급고독원」 중에서
등단한지 만 30년을 맞은 이경림 시인이 생애 여섯 번째 시집을 펴냈다. 8년 만에 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우연의 순간에 문득 생겨나고 움직이고 사라지는 존재들의 근원을 촘촘히 파고든다. 시인이 그려낸,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생(生)의 내밀한 풍경은 독자를 한층 풍요로운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김수이 문학평론가의 해설처럼 "불교의 사유를 일상의 이야기로 재구성한 존재론적 성찰"이 돋보이는, 독창적이고도 깊은 사유가 담긴 시편들이 매력적이다. 수록된 시 「기수급고독원」에 등장하는 "흘러가는 구름" "위태롭게 얹혀있는 까치 둥지" "엄동에 생선 리어카에 붙어 서서 떨고 있는 반백의 사내" "발길에 차이는 빈 깡통" 등은 부처의 설법이 이뤄졌던 가람이 된다. 이는 "부처의 설법을 듣는 절이 따로 있을 수 없고, 어떤 것에 매이는 순간 불법과 해탈마저도 모든 상은 허상이기 때문이다."
어디든 무엇에나 있는 기수급고독원처럼, 시는 인간적인 가람이 되고 또 무수히 많은 '너'로 나타난다.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구인가. '삶'은 대체 무엇인가. 인간 존재와 삶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시인은 "엑스트라 배우만도 못한"(?에스토니아인 대천사의 장난?) 생을 감싸안는다. 그것은 곧 '시'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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