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1967년에 발표한 신동엽 시인의 대표시다. 서슬퍼런 그 당시 이런 저항시를 쓴 시인의 양심과 저항정신이 뜨겁다. 금강이 산천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부여에서 태어난 시인의 태생적 올바름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제국주의에 맞서 동학농민혁명의 횃불과 4.19 혁명의 청춘들의 분노의 함성이 들리는 듯 하다. 껍데기는 가라!
오늘은 4월 3일이다. 제주 4.3 사건이 발생한 날이다. 동백꽃보다 붉은 피가 한라산을 물들인 날. 지금도 제주의 검은 땅 아래에선 죽은 이들의 혼이 울부짖는다. 미 제국주의에 맞선 민중의 함성은 절규가 되어 그 상처는 아물지 못한다. 인간의 본성이 사실, 얼마나 악랄하고 잔인한 지 생생히 보여준 제주 4.3 사건. 역사의 진보는 거짓이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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